무선이 가져다 준 자유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뒷쪽이나 책상 아래를 살펴보자. 얼마나 많은 선들이 지저분하게 엉켜 있는지 정신이 아득해진다. 복잡한 선은 마음만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 고장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를 꺼낼 때 엉킨 선들로 쉽사리 움직일 수도 없을 뿐더러 모니터 위치를 이동하고 움직이는 것도 제약이 있다. 인터넷 공유기에 꽂혀진 수 많은 랜 케이블만 봐도 어떤 케이블이 어떤 기기에 연결된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TV에 연결되어 있는 IPTV 셋톱박스와 게임기, 태블릿과 노트북 등이 있다면 그 복잡한 선들이 얼마나 큰 혼란을 만들어내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에는 전기 공급을 위해 전원선이 연결되어 있고 모니터와 연결하기 위한 영상 케이블이 필요하다.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기 위해 USB 케이블이 있어야 하고 인터넷 사용을 위해 랜선을 연결해야 한다. 프린터나 복합기 역시 USB 케이블로 연결된다. 거기에 화상회의를 위해 필요한 IP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스피커도 USB케이블과 오디오 케이블을 필요로 한다. 벌써 연결되어야 하는 선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전선과 영상선, 랜선을 제외하고도 6개나 된다. 그 컴퓨터를 이용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된 동영상 파일을 거실에 있는 TV로 보내 재생하려면 5m 가량 기다란 HDMI 케이블로 컴퓨터와 TV를 연결해야 한다. 그 긴 케이블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방에서 거실까지 그 기다란 케이블을 연결하려면 얼마나 마음이 심란하겠는가.
그런 혼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선이 사라지면 된다. 무선은 이동의 자유와 사용의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 컴퓨터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선을 사라지게 한 것이 배터리가 내장된 노트북이다. 전선이 사라졌으니 책상 위라는 고정된 장소가 아닌 거실, 식탁, 침대 그리고 커피숍과 회의실, 휴게실 어디에서든 노트북을 올려둘 수 있는 작은 책상만 있으면 그곳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 노트북은 WiFi로 랜선없이도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 그런 노트북보다 더 작고 휴대성이 좋은 태블릿은 LTE를 내장해서 스마트폰처럼 WiFi없이 이동 중에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즉,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고속도로에서도 WiFi가 연결되기 어려운 그 어떤 장소에서도, 심지어 움직이면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책상 위에서도 너저분한 USB 케이블없이 키보드, 마우스, 복합기, 스피커, 마이크 등을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다. 케이블이 사라졌으니 책상 위가 깨끗해진 것은 물론 선이 없으니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위치를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선 없는 자유나 편리함은 무선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다. 전원선을 없애준 배터리나 랜선없이 인터넷 연결을 가능하게 해준 WiFi, 책상 위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게 해주는 너저분한 USB 케이블을 없애준 블루투스, 영상을 케이블없이 전송하게 해주는 Miracast, 온습도 센서나 조명 등의 작은 기기들을 연결할 때 사용되는 Zigbee 등의 기술들이 그런 무선 기술들이다. 사실 배터리와 WiFi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범용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고, 블루투스는 2010년대부터 최근 널리 확대되며 사용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에서 너저분한 이어폰 선을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죄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선없이 이어셋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스마트폰과 귀까지 이어지는 1m도 안되는 그 짧은 거리가 무선으로 바뀌어서 얻게 된 자유로움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렇게 무선의 자유로움은 우리 일상 속 모든 기기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경험한 무선 기술 중 가장 보편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된 기기가 로봇청소기다. 노트북처럼 배터리가 내장되어 선없이 청소기 작동이 가능하고, WiFi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어 로봇 청소기를 제어하고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집 안의 방과 청소 구역에 대한 위치를 확인하고, Zigbee를 통해 로봇청소기와 충전기간 통신을 해서 충전 상태와 충전기 위치를 체크하고,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기술 주변의 장애물들과 거리를 측정하며 인식하고 회피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무선 기술 덕분이다. 그렇게 드론과 로봇 등에 이르기까지 선없는 자유로움을 더 많은 사물 인터넷 기기들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 무선의 편리함을 일찍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애플이다. 애플의 독자적인 무선 기술인 Airplay는 오디오, 비디오 그리고 이미지 등의 여러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무선으로 컴퓨터,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TV와 애플 스피커 등의 기기들을 상호 연결해 스트리밍하고 공유할 때 사용된다. Airplay를 이용하면 사용자는 맥에 저장한 영상을 거실 TV나 아이패드로, 아이폰에 저장된 음악이나 영상을 애플TV와 애플 스피커로 즉시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리모콘없이 아이폰으로 애플TV를 좀 더 자세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마디로 애플의 모든 기기들이 상호 연결되어 기대도 안한 상황에 내 주변의 기기들을 원하는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물리적으로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기기를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없이 늘 모든 기기들이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들 장치를 상호 연동해 최적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애플의 컴퓨터, 아이패드, 아이폰 그리고 에어팟과 애플워치, 애플 스피커를 이용하게 되면 무선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무선 기술은 점점 더 많은 기기들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그리고 이들과 연결되는 각종 입력장치와 스피커, 애플워치, 이어셋을 넘어서 각종 사물 인터넷 기기와 기존의 가전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기들이 무선으로 상호 연동되고 있다. 무선으로 이들 기기가 연동되면 물리적인 선으로 필요할 때 연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무선을 통해 이들 기기를 연동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유선은 우리가 직접 기기간 연결을 수고를 들여 행해야만 사용 가능하지만 무선은 간단하게 소프트웨적으로 승인만 하면 그 즉시 연동할 수 있어 극한의 편리함을 제공해준다.
단, 유의해야 할 것은 바로 간섭으로 인한 충돌과 보안 그리고 전력 소모이다. 모든 기기들이 저마다 무선으로 연결되면 공기 속에 각 기기들이 저마다 무선으로 연결하기 위한 주파수가 떠다니기 마련이다. 그런 전파들이 많아지면 대역폭이 부족해져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지거나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다른 무선 기기와 전파 간섭과 충돌이 발생하고 신호 강도나 전송 속도가 낮아질 수 있다. 특히 그런 무선 기술은 전파를 전송하는데 유선보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전기 에너지 사용 부담과 배터리 수명을 낮춘다. 더 큰 문제는 보안 문제이다. 무선 기술은 데이터 전송 과정에 해킹 등의 보안 문제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공공 장소에서 무료로 공개된 WiFi를 이용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면 그 망을 이용해 전송한 내 개인정보(메일주소, 암호 및 연결한 인터넷 URL과 검색어 입력 내역 등)를 해킹당할 우려가 높다. 그처럼 무선이 가져다 준 편리 뒤에는 보안이나 속도의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무선이 우리에게 선사한 자유는 이 모든 아쉬움을 무시하게 해준다. 게다가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무선은 더 많은 기기들을 연결시켜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슈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 솔루션에 대한 필요성도 커져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전원 케이블없이 전기를 공급해주는 기술이다. 작은 애플워치나 이어셋을 넘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너 나아가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해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 무선으로 충전해주는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 무선 전력 전송 기술로 자기유도방식, 자기공진방식, 전자기파방식 등 다양한 것들이 있으며 앞으로 주목받는 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구가 실체화된 것이 무선 기술이다. 앞으로도 무선 기술은 다양한 영역, 여러 기기에 적용되며 진화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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