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되는 사람없는 오프라인 매장
지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주변에 크게 달라진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오프라인 매장이다. 식당, 가게의 문닫는 시간이 10시로 앞당겨졌고 부쩍 가게에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이 늘었다. 심지어 테이블마다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테이블도 비치되기 시작했다. 이는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매장 운영인력의 인건비 부담이 매년 갈수록 늘고, 예약과 배달 등의 모바일 서비스로 인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줄어들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2023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하루 8시간 기준 7만6960원이다. 주 40시간으로 월 환산해보면 201만580원으로 200만원이 넘는다. 연간으로는 2400만원이다. 게다가 인력 운영 과정에 퇴사, 채용 등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큰 부담이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3~4년 전만해도 400여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이제 100여만원에 구매 가능할 수 있을만큼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키오스크 도입대수는 2019년말 8587대에서 2021년 2년만에 약 2만6574대로 3배 이상 늘었다. 서빙로봇 역시 매년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국내 가장 많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브이디컴퍼니라는 기업의 제품은 월 60만원으로 렌탈해서 운영할 수 있다. 초기만 해도 적재 무게의 한계와 장애물와 사람을 피해가는 자율주행 성능의 제약, 느린 이동 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매장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사용처가 늘어가고 있다. 매장 정문이 아닌 손님들의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 메뉴판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 확산이 되고 있다. 테이블 주문은 직원이 일일히 주문과 추가 주문을 위해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준다. 이렇게 매장 내 인력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데 여러 기술들이 도입되며 스마트 스토어를 구현해주고 있다.
사실 이미 우리 가정은 세탁기, 로봇청소기 그리고 식기세척기로 스마트홈이 된지 수년이 지났지만 매장은 결제를 위해 도입된 POS, VAN 단말기 외에 기술적 개선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다. 서빙로봇은 더욱 정교한 주행이 가능해지고,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매장 내의 기물들이 파손되고 손상된 것도 확인하고 고객들의 표정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 등에 대한 정보 파악도 가능해지고 있다. 태블릿 메뉴판은 고객 주문과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판매 동향이나 마케팅 등에 대한 정보 파악까지도 가능해진다. 심지어 태블릿 화면에 매장 주변의 다른 상가들에 대한 홍보나 테이블에 위치한 고객의 연령대 등에 맞는 타겟 광고도 할 수 있다.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메뉴 주문을 받아 결제를 하는 단계, 상품을 준비하는 단계 그리고 고객에게 서빙까지 하는 단계에는 모두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첫단계에 키오스크와 테이블 태블릿이 도입되며 사람을 대신하고 두 번째 단계에는 자동화 로봇들이 바리스타나 요리사를 대체하거나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서빙로봇과 배달로봇 등이 채우고 있다. 과연 그렇게 우리 주변의 매장에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까?
사실 소매점의 미래는 2018년 1월 시애틀 아마존 본사 인근에서 아마존고라는 이름으로 완전 무인을 표방한 상점이 선보이면서 꿈꾸어왔다. 아마존고에는 수 많은 카메라와 센서들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AI 기반으로 매장 내 고객들이 장바구니에 넣은 상품을 파악해 자동으로 결제를 할 수 있어 완전 무인 매장으로 미래의 상점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야심차게 추진되었던 아마존고 일부 매장들은 2023년 3월31 폐점을 했다. 최첨단의 기술들로 미래 매장의 청사진을 그렸던 아마존고는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
아마존고가 적용된 상점에 투입된 기술과 장비들의 비용 대비 매장에서 발생되는 매출, 수익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처럼 구멍가게 정도 규모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특성 상 방문자수의 한계가 있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인한 지난 2년간의 오프라인을 찾는 고객의 감소와 경기 위축으로 인한 소매점의 불경기가 아마존고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매장의 매출 규모에 맞는 적정 기술의 투자 그리고 대형 매장으로의 적용 확대는 미래의 상점을 자동화하고 무인화하는 것을 현실화할 것이다.
또한, 매장을 찾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완전히 사람의 개입없이 100% 로봇과 디지털로 대체되는 것이 진짜 미래 오프라인 매장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매장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는 각 단계를 에러없이 이어주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사람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매장을 찾은 고객과 소통하고 디지털로는 수집하고 분석할 수 없는 고객의 정성적 반응에 대한 파악과 그에 따른 응대는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이 오프라인에 더욱 깊숙하게 스며들 것임은 자명하다.
단, 그렇게 매장이 혁신하는 과정에서 우리 일자리가 축소되고 기술로 점철된 매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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