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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Aug 02. 2023

애플과 삼성, 손목에서 손가락으로

스마트링을 둘러싼 경쟁과 새로운 경험

2015년 4월에 출시된 애플워치는 처음 출시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웃었다. 40만원이나 되는 가격에 평시에는 꺼져 있어 화면을 볼 수 없고, 겨우 하루를 버티기도 힘든 배터리는 차라리 10만원짜리 SEIKO, Swatch, CASIO 등의 시계를 4개 구매하는 것이 낫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애플워치의 가장 큰 문제는 느린 속도와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별로 없고, 늘 손에 휴대하는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굳이 더 작은 화면의 디지털 시계를 차고 다녀야 하는지 사용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애플워치는 출시 5년만에 스위시 시계 산업의 연간 판매량을 넘어 2022년 2분기까지 약 2억대의 애플워치가 판매되었다. 2020년 한 해만 해도 애플워치 사용자는 1억명을 넘어섰고, 2022년 4분기에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의 34.1%나 된다. 그렇게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에 이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고, 덕분에 삼성전자와 인도의 Fire-Boltt, 중국의 화웨이 등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워치라는 새로운 카타고리가 출현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또다른 카타고리의 출현이 예상되고 있다. 바로 눈과 손가락이다. 눈은 안경처럼 쓰는 AR, VR 등의 디바이스를 일컫고 손가락은 반지처럼 끼는 스마트링을 말한다. 그런데, AR, VR(총칭해서 MR) 등의 기기는 이미 2013년 구글 글래스, 2016년 MS 홀로렌즈, 2019년 메타 퀘스트 등 이미 10년 전부터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였다. 하지만, 워낙 고가인데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대중화하는데 제약이 많다.


반면 애플워치가 2015년 등장 이후 2016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불과 3년후부터 트렌드가 되고 5년만에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액세서리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생태계를 만드는 새로운 IT 플랫폼을 전제로 한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기대어 사용하는 액세서리이기 때문에 시장 보급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그처럼 반지 형태의 스마트링도 시계처럼 디지털 액세서리로서 MR과 달리 빠르게 시장 보급의 가능성이 있다.


쓸만한 스마트링이 본격 소개된 것은 2019년부터로 결제나 스마트키 대용으로 사용 가능한 Kerv, 통화와 통번역을 해주는 ORII, 수면 관리와 활동량을 분석하는 헬스케어 Oura 그리고 알렉사가 탑재된 아마존의 에코루프 등이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제품이 널리 보급된 것은 없고 Oura만이 3세대 제품까지 출시되면서 건강 관리의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될 뿐이다. 거의 프로토타이핑으로 시도되어 매니아들의 관심만 불러일으켰을 뿐 시장 형성은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링 관련 시장에 특허 확보와 상표권 출원 등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어 새로운 경쟁이 펼쳐질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특허상표청에 애플은 4월11일 애플 링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삼성전자는 2월에 '삼성 갤럭시 링'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했다. 또, 한국 특허청에는 갤럭시 서클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했다.


애플의 특허를 보면 손가락을 활용한 제스처나 애플펜슬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기기 조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삼성의 특허 내용에는 반지 내부에 광혈류측정센서와 심전도 센서 등을 탑재해 심박수, 혈압 측정 등을 통해 헬스케어 기능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2015년에 1세대 스마트링을 출시한 Oura라는 회사는 2018년에 두번째 버전 그리고 2021년에 3세대 제품을 출시했고, 2022년 3월 기준으로 100만개 이상의 링을 판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가장 많은 보급량을 보이는 Oura는 사용자의 손가락에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헬스케어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심박수, 체온, 호흡률,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서 건강 정보를 분석해준다. 지난 코로나 발병 시기에 오우라 링 사용자 6만5천명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반지를 착용하고 있던 50명의 코로나19 감염자들 중 38명에게세 증상을 느끼기 전에 엄청난 발열 신호가 포착되었다고 한다. 늘 착용하고 다니는 반지를 통해 하루 종일 지속적으로 개인별 체온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시간에 따른 발열과 다양한 신체 변화를 진단할 수 있어 건강 관리에 탁월한 성능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덕분에 미국 NBA 선수들의 신체 모니터링을 위해 NBA에서는 2천여개의 오우라링을 구입했다고 하기도 한다. 2시간 충전 후 약 7일 사용 가능한(산소 포화도 기능 사용 시 4일 내외) 오우라 링은 24시간 착용할 수 없는 스마트워치를 대신해 정밀한 헬스케어 기능을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해리 왕자가 착용한 오우라 링 /출처 : https://bit.ly/3pSB5Ez


또한, 아마존의 에코 루프는 반지에 탭을 하면 알렉사를 호출해 음성으로 알람을 설정하고, 할 일 목록이나 쇼핑 목록 등의 간단한 메모가 가능하다. 또한, 길을 걷는 방향을 알려주고 전화를 걸고 받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다. 1세대 제품이 테스트로 출시된 이후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스마트링을 통해 스마트워치보다 작고 오래 착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스마트워치의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Echo loop를 통한 통화

스마트라는 접두어가 붙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한 것이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외에도 스마트워치, 스마트TV, 스마트카,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시티,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락 등 다양한 제품들이 우리 일상 생활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스마트 기기 중에 스마트링은 최소 3~4일은 늘, 잠을 잘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언제나 착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런만큼 신체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로서, 때로는 간단한 메시지를 알리는 출력기로서, 또한 다른 장치의 제어와 조작을 위한 입력 인터페이스로서 새로운 편의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의 기기들이 더 많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AR, VR 그리고 공간 컴퓨팅같은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이 펼쳐질 때 스마트링은 또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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