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성을 위한 망 중립성 vs 안정적 네트워크를 위한 망 사용료
국내 초고속 인터넷 비용은 세계적으로 볼 때 싼 편에 속한다. 그런데 갈수록 인터넷을 통해 음악이나 영상 등 전송 용량이 큰 콘텐츠 소비가 늘어가면서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들의 고충은 커져가고 있다. 월 정액으로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사용자에게 영상 등의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비용을 더 청구할 수는 없다는 점이 통신사의 고충이다. 반면 콘텐츠 사업자는 사용자에게 고품질의 콘텐츠를 서비스하려면 통신사의 안정적인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그런 이유로 주요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콘텐츠 전용 네트워크(CDN)를 할당받아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같은 망 사용료는 한국 외에도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도 부과중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망 사용로 논쟁이 이어지다가 2017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규정을 폐지하면서 망 사용료 부과 기준이 마련되었다. 일본은 2021년, 독일은 2022년부터 망 사용료 부과를 법제화했다. 다만 한국의 망 사용료 지급 기준과 방식은 해외의 경우가 조금 다른 것이 사용자들이 많아 일정 수준 이상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업자에게 착신료 개념으로도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 2017년 기준으로 네이버는 700억원, 카카오는 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트래픽에서 네이버의 비중은 1.7%, 카카오는 1.1%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5.5%이고 구글은 무려 28.6%에 달한다. 그럼에도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그간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반면 아마존 계열사로 게임 전문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는 2017년 국내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망 사용료를 지불해오고 있다. 트위치는 안정적인 네트워크 덕분에 국내 이용자수는 700만명에 육박하고 11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250만명 정도로 탄탄히 성장했다. 하지만, 연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반면 2022년 매출은 21억원(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불과해 비용 부담으로 2022년 9월에는 영상화질을 1080p(Full HD) 해상도에서 720p(HD)로 낮추고, 12월에는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했다. 그런 이유로 2023년 11월10일 트위치는 국내 서비스를 2024년 2월27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해외 대비 국내의 망 사용료가 10배 이상이라 부담이라는 이유로 중단을 선언했다. 이제 한국으로 거주 국가를 설정한 트위치 스트리머(방송 송출자)는 더 이상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국내 트위치 시청자들도 유료 상품 구매 등이 불가능해 제대로 된 서비스 이용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트위치의 국내 사업 중단은 망 사용료 부담 외에 트위치의 경영이 위기에 처하면서 발생한 탓도 있다. 트위치는 코로나19로 급부상한 이후 2022년부터 매출이 하락하면서 스트리머와의 수익 분배 기준도 30%에서 50%로 늘리며 반발이 거세지자 기존대로 복구하기도 하고, 2023년 초에는 400명 구조조정도 했다. 넷플릭스나 유투브는 내지 않는 망 사용료를 굳이 먼저 지불하면서까지 한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한국 시장의 기회와 가능성을 높이 본 것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TV와 유투브 등에 밀려 기대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망 사용료를 이유로 들어 철수 결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 발표로 인해 망 사용료가 뜨거운 감자로 논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왜 인터넷 사업자의 2차 수익인 망 사용료 이슈로 인터넷 사용자가 피해를 봐야 하냐는 시각과 한국 인터넷 사업자가 역차별 당하지 않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 운영을 위해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에게도 정식으로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라는 견해들이 있다. 실제 SK브로드밴드는 2019년에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협상 문제로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협상 중재를 요청했고, 2021년 1심에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관련 협상에 임해야 한다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2023년 9월 양측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망 사용료 협상을 마무리했다. 얼마에 협의를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해당되는 수준의 보상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메타(페이스북)는 이미 2019년부터 연 100억원 이상을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보니 유투브도 더 이상 망 사용료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망 중립성 이슈와 망 사용료를 이중 부과할 수 없다는 논리로(구글은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음) 한국 통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 협상에 응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2월 유투브 프리미엄 요금을 무려 42.6%나 인상하면서 사용자 질타를 받으면서 망 사용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에 망 사용료 법제화에 대한 법개정안이 국회에 8건이나 올라와 있어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구글이 이에 대한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높은 속도와 안정적인 품질의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이렇게 계속 유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운영 비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갈수록 인터넷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양이 커지면서 이같은 안정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그런만큼 기준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인터넷 사업자는 망 사용료를 통해 전체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책정으로 해당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서비스 사용에 대한 요금을 높이면 결국 사용자의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만큼 전체 네트워크의 안정적 운영과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인터넷 비용을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인터넷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 비용은 필요하지만, 이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들과 통신 사업자 간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망 사용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안정적이고 고품질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용 부담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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