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스테이블 코인
2019년 페이스북이 추진했던 글로벌 디지털 통화 ‘리브라(Libra)’는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리브라는 달러와 유로, 파운드, 엔 등 주요 법정통화를 섞은 통화 바스켓을 기반으로 하고, 이를 페이스북·우버·비자 등 28개 글로벌 기업이 함께 운영하려는 구상이었다. 한 기업이 24억 명에 이르는 사용자 기반에서 사실상 국제 통화를 발행하는 구조였던 만큼 미국과 유럽은 통화주권이 위협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리브라는 각국의 집중 규제를 견디지 못하고 2022년 공식 종료되었다.
그런데 2024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USDT와 USDC는 이미 전 세계 약 200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미국·EU·일본·싱가포르는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지급수단으로 편입하고 있다. 페이팔, 비자, 스트라이프 같은 결제 기업도 스테이블 코인을 공식 결제망에 통합하며 새로운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준비 중이다. 왜 리브라는 막히고, 스테이블 코인은 허용되었을까?
첫째, 리브라는 ‘사기업이 만든 기축통화’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리브라는 특정 국가의 화폐에 1:1로 연동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여러 통화와 단기 국채를 섞은 바스켓 기반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IMF의 특별인출권(SDR)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 새로운 국제 통화였다. 미국 의회가 청문회에서 리브라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자금세탁 위험이나 소비자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민간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위협이었다. 21세기의 초국가적 기업이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서 독자적 통화권을 구축하는 것을 미국과 유럽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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