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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Oct 19. 2020

플랫폼 제국의 텃세, 인앱결제 수수료

모바일 시장의 관문, 결제

구글이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모바일 업계와 정치권에서 연일 구글의 독주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구글세 훨씬 이전에 애플은 구글보다 강력하게 애플세를 부과했다. 모든 앱에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이렇게 결제하는 비용의 30%를 수수료로 부담을 시켰다. 그간 수수료 부담에서 자유로웠던 구글도 디지털 콘텐츠의 거래 시에는 앱 내에서 제공되는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이용해야 하고 이렇게 결제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할 계획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는 두 기업의 텃세에 앱 운영사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심정으로 요금 정책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 이유있는 디지털세

사실 구글이나 애플의 디지털세는 나름 합당한 이유는 있다. 앱 운영사들이 서비스를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와 운영의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대부분의 앱들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앱 개발사들이 별도의 비용 지불없이도 이들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 편으로 보면 구글과 애플이 이같은 플랫폼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은 애플의 디바이스 판매와 구글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이니 이 시스템 비용을 앱 개발사들에게 공짜로 퍼준다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연간 플랫폼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들어가는 것은 맞다. 또한, 이러한 투자 덕분에 다양한 앱들이 개발되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러한 비용 투자에 대한 수익화를 기대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니 문제시 삼을 수는 없다.


특히 이렇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상이 대부분의 무료 서비스에는 해당되지 않고 유료 서비스에 한정되어 있으니 이들 기업의 정책에 대해 욕할 수만은 없다. 또한, 쿠팡과 배달의민족처럼 실물 거래 대상의 서비스에는 적용하지 않고 게임과 웹툰, 음악 등의 디지털 콘텐츠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모바일에서의 결제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웹 결제만 허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굳이 디지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일례를 들어, 멜론이나 웹툰 등을 웹에서 결제를 하고 모바일 앱으로는 콘텐츠를 보기만 한다면 애플이나 구글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없다. 게다가, 구글의 경우에는 안드로이드 12부터 서드파티 스토어를 인정해서 구글 플레이와 같은 스토어를 제 3자가 안드로이드 폰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보장해주었다. 특히, 애플보다 구글이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수수료 정책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 공정할 수 없는 욕심

그럼에도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호의적일 수 없는 이유는 여러 대안들을 제시해주긴 했지만 실제 그런 대안들을 소비자가 선택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이미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기본적인 앱 스토어가 되어 버린 구글 플레이를 버리고 다른 스토어를 이용할리 없고, 앱 사용 도중에 필요에 따라 즉각 결제를 하지 않고 우회경로인 웹 등을 통해 결제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리 없다. 즉, 구글 스토어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사용자들이 익숙해졌기에 구글의 인앱결제와 구글 스토어를 통한 서비스 제공 외의 옵션은 서비스 운영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보니 구글 스토어에 자리 잡은 서비스 운영사들은 구글의 정책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애플과 구글의 디지털세 30%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강제 조항이다. 그런데, 이 30%는 과연 공정한 것일까? 왜 20%가 아닌 30%일까? 30%가 합당하다는 것은 ‘갑’의 위치에 있는 플랫폼 지배자가 정한 숫자이다. 이 숫자를 40%라고 하더라도 누가 이 비중이 높으니 줄여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30%가 높으니 줄여야 한다라고 말해도 그것을 플랫폼 지배자가 수용할리 만무하다.

결국 플랫폼을 지배한 지배자의 양심을 믿는 수 밖에 없다. 지배자가 욕심을 부리면 서비스 운영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보이콧하는 수 밖에 없다. 실제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운영사인 스포티파이는 2019년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이 애플의 뮤직 서비스와 자사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고 EU에 제소했다. 또한, 배틀로얄식 게임인 포트나이트의 운영사인 에픽게임즈는 2020년 8월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미국 연방 지방 법원에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게임즈가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30% 수수료에 반발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무시하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애플과 구글이 포트나이트를 퇴출시킴으로써 발발된 사건이다.

넷플릭스 역시 모바일 플랫폼 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30% 수수료에 대한 부담으로 스마트폰에서의 인앱 구독 서비스 제공은 종료하고 웹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넷플릭스는 정기 결제로 구독할 수 있는 모델이고 워낙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가지고 있으니 이같은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작은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지배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서비스 운영사들은 플랫폼 지배자들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렇게 30%나 되는 수수료를 플랫폼에 떼어주게 되면 그것은 고스란히 서비스 운영사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손해보고 장사할 수는 없는만큼 그 30%의 수수료는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서비스 요금이 그만큼 높아져서 사용자가 이 30%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게 된다.



▣ 플랫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도전

그래서, 플랫폼을 지배하는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애플과 구글이 플랫폼 지배자가 된 것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커머스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SNS 플랫폼, 스마트홈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기 위해 기업들이 전쟁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플랫폼의 틈바구니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특정 플랫폼에 올인하지 말고 다양한 플랫폼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 스포티파이가 2018년 30%가 아닌 15%로 수수료를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큼 스포티파이가 웹과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기에 애플조차 스포티파이를 함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충성 사용자들이 많은 킬러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만큼 특정 플랫폼에 종속당하지 말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면 플랫폼 기업의 일방적 정책에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늘 시장은 변화한다. 플랫폼 역시 부침을 겪으면서 진화한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플랫폼이 급부상하면 기존의 플랫폼은 빛이 바래게 된다. 이때가 새로운 플랫폼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만큼 새로운 플랫폼을 지배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게을리 해서 안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플랫폼의 규모도 큰만큼 영향력도 클 수 밖에 없다. 2000년대 웹 플랫폼을 지배한 구글, 2010년대 모바일 플랫폼을 주도한 애플, 2020년대 AI 플랫폼 시대는 누가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까? 이미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의 전쟁은 시작되었고, 국내에도 SKT 누구와 카카오i, 삼성전자의 빅스비 등이 차세대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시장을 놓치면 폭주 기관차처럼 텃세를 부리는 플랫폼 지배자의 공세에 아무런 제동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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