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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과 열심 Jun 24. 2023

일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건가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마감일 나에게 준 선물

최인아 대표님의 강연을 듣고 싶었는데 마침 예스24에서 하는 북토크가 있었다. 강연일 날짜를 보니 책을 마감하는 날이었고, ‘과연 내가 마감을 제시간에 하고 강연을 들으러 갈 수 있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강연을 신청했다.

대망의 마감 날. 이번에는 최대한 일찍 마감하려고 디자이너님과 3시쯤 최종 수정을 했는데도 차례에 띄어쓰기가 잘못돼 있는 걸 그제야 발견했고, 그렇게 수정하다 보니 이번에도 6시가 다 돼서야 마감했다.

예전엔 마감하는 주에 몸무게가 2킬로그램이 빠진 적도 있는데, 이제 약간의 짬이 늘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마감하고 나면 온몸에 에너지가 다 빠져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마감일엔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보통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찍 잠들었던 거 같다.

이번에는 강연 예약을 했으니, 6시 반쯤 어지럽혀 있는 책상을 치우고 을지로에 있는 강연장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고 출판사분들이 명단을 체크하셨다. 그렇게 앞쪽 빈 곳에 앉았다.      


마감한 날 무언가를 시도한 건 처음이었다.


최인아 대표님께선 “이 자리에 오신 모두에게 밥이라도 사고 싶으시다”고 감사 인사를 하시며 강연을 시작하셨다. 거의 한 시간 동안 꼿꼿하게 서서 참가자분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여유롭게 강연을 이어 나가셨다. 대표님께서 강연 날 하셨던 여러 말씀이 2주가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대표님의 친구분께서는 대표님께 “너를 지키면서 그 자리에 간 것을 더 칭찬하고 싶어”라고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나를 지키면서 일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기에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뭉클했다. 사장님들이 으레 하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말은 회사의 주인처럼 일하라는 뜻이 아니라 ‘일의 주인이 돼라’는 의미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또 그 어떤 리더보다 후배를 아끼고 각자의 재능을 꺼내주는 리더가 되고 싶으셨다고, 지금까지도 “대표님이 계실 때가 가장 좋았어요”라는 말을 후배분들께 듣고 계신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일=나, 자기답게 일하는 사람 

대표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번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하는 건 자기답게 사는 일과 결코 다르지 않다”라는 점이다.

작년에 크게 했던 고민 중 하나가 ’나는 왜 이렇게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나’였다. 가뜩이나 일과 삶이 분리되기 힘든 직업인데, 작가님들께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계속 야근하게 됐고 이 과정이 점점 나를 소모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 삶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았다. 올해 들어서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도 차츰 하며 자연스레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       


책에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CCO님이 강연에서 “자신이 원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의 반대말은 여가나 놀이가 아닌 ‘나태’예요”라고 하신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 글귀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열심히 일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나태해진 나를 꾸짖게 되는데, 내가 지금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증명받은 것 같아 기뻤다. 사회인이 된 후로 가장 나를 크게 성장시킨 건 ‘일’이라는 대표님의 말씀에 적극 동의한다.


‘나는 일한 대가로 무얼 가져가고 있나?’라는 질문을 해보시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돈 말고도 여러 가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 의미, 성취, 도전, 성취감과 자신감, 갈등, 스트레스, 기쁨, 인정, 동료애, 팀워크, 극복, 성공…. 우리가 일에서 맛보고 누리며 가져가야 할 것은 돈 이외에도 아주 많습니다. -31~32쪽  
자신의 일을 붙들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나아지기 위해 어제의 자신을 부정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겉에선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기만의 관점, 시선이 생기는 겁니다. 이건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선물이에요. 그렇게 얻은 시선과 관점은 오래도록 자신의 일을 잘하게 하는 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당장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에도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56쪽

    

대체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코모디티commodity’라는 개념이었다. “코모디티란 꼭 그것이라야 할 이유가 없이 고객이 다른 것으로 바꿔 사도 될 만한 브랜드를 말한다”고 한다.

대표님께서는 강연장에서 ‘소비자로서 우리는 매일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내가 브랜드라면 나는 선택받을 만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져주셨다. 아직 나는 여기에 확실한 답을 할 수 없다.


‘그저 할 줄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일의 규칙이라든가 순서, 최종 형태 등을 파악하고 있는 정도란 뜻입니다. 잘하는 사람을 일러 ‘일할 줄 안다’의 뜻과는 차이가 있는 거죠. -265쪽
퍼포먼스가 연차에 비례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연봉은 대개 부장이 과장보다, 과장이 대리보다 높죠. 이런 경우 경영자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분들도 가성비란 걸 고려하지 않을까요? 이쯤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시다. 혹시 나는 코모디티인가? 나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내놓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는 답을 확실히 할 수 없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121쪽


사회초년생 때부터 오랫동안 10인 이하의 작은 조직에서 일하다, 100명 단위의 조직에서 일하게 됐을 때 ‘연차에 비해, 연봉에 비해 제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 겉으론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안다. 누가 일터의 숨은 구멍인지. 경험이 늘면서 조금씩 편안해졌지만 한편으론 안이해지고 있는 내 모습도 발견한다. 코모디티가 되지 않으려면 고여 있지 않으려면 계속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질문하기 

최인아 대표님께서는 “나는 어떻게 쓰이고 싶은지, 나에게 뭐가 중요한지, 내 안에 뭐가 있는지 부지런하게 들여다보라”고 강조해서 말씀하셨다.      


문제는 회사가 아닙니다. 올바른 질문은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가?’입니다. -67쪽      
저는 일하고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를 겪고 또 도전과 맞닥뜨릴 때마다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인지, 이런 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것들은 질문이 되어 제 안에 오래 자리했어요. 이건가, 아니면 저건가. 시간이 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됐죠. 질문을 품으니 발효가 일어나고 그 끝에 인사이트가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277쪽


그동안 나에게 질문을 건네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대표님께서 스스로 하신 질문 중 계속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 질문을 오래 품으면 언젠가 내게도 발효 끝에 깨달음이 찾아오지 않을까.       



좋았던 문장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계속 들여다보고 싶은 문장들을 기록해 둔다.


재미도 제겐 아날로그의 영역입니다. 일의 희로애락을 겪어봐야 재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요. 내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그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입니다. 재미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자에겐 자신을 열어 보여주지 않습니다. -221쪽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의 핵심에 닿아보는 겁니다. 세상이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의 핵심까지 내려가면, 그래서 곁에선 알 수 없는 일의 본질과 비로소 만나면 그 일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이 생깁니다. 그걸로 그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해나가는 거지요. 그러면 재미가 붙기 시작합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많은 이들이 이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성취하고 재미에 닿았습니다. -222쪽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오래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면 비슷한 걸 보게 되는구나. 그렇게 핵심에 닿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9쪽     
저는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면 무엇이 그들의 오늘을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좀 성급히 결론을 말하자면, 살아온 세월이 쌓일수록 태도와 의지, 심성 같은 것들이 재능이나 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사람들은 이미 이런 이치를 꿰뚫고 있었네요. 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 걸 보면 말이죠. -148쪽


이 책의 프롤로그에 “한 사람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일을 열심히 잘하고 싶은데 주변의 공기는 그렇지 않아서 헷갈리고 자신 없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당신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열심히 뭔가를 하는 것은 소용없는 게 아니라 축복 같은 거라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나에게 해주시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확신을 얻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책 내용이 너무 꼰대스럽지 않을까를 고민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추천사를 써주신 후배분이 “진심이 꼰대를 이길 거예요”라는 말씀을 대표님께 전해주셨다고 했는데 깊이 공감했다. 가르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진심을 전하시려는 게 책 전체에서 느껴졌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려 사인을 받았다.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아요”라고 적어주셨다. 마감 날 받은 특별한 선물이었다. 집에 갈 때 오히려 에너지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다.


최인아책방을 꼭 닮은 표지 색과 책 표지에 담긴 영문 키워드가 순서대로 본문에서 펼쳐지는 구성도 좋았다. 나도 다음에 이렇게 시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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