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대표님의 강연을 듣고 싶었는데 마침 예스24에서 하는 북토크가 있었다. 강연일 날짜를 보니 책을 마감하는 날이었고, ‘과연 내가 마감을 제시간에 하고 강연을 들으러 갈 수 있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강연을 신청했다.
대망의 마감 날. 이번에는 최대한 일찍 마감하려고 디자이너님과 3시쯤 최종 수정을 했는데도 차례에 띄어쓰기가 잘못돼 있는 걸 그제야 발견했고, 그렇게 수정하다 보니 이번에도 6시가 다 돼서야 마감했다.
예전엔 마감하는 주에 몸무게가 2킬로그램이 빠진 적도 있는데, 이제 약간의 짬이 늘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마감하고 나면 온몸에 에너지가 다 빠져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마감일엔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보통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찍 잠들었던 거 같다.
이번에는 강연 예약을 했으니, 6시 반쯤 어지럽혀 있는 책상을 치우고 을지로에 있는 강연장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고 출판사분들이 명단을 체크하셨다. 그렇게 앞쪽 빈 곳에 앉았다.
최인아 대표님께선 “이 자리에 오신 모두에게 밥이라도 사고 싶으시다”고 감사 인사를 하시며 강연을 시작하셨다. 거의 한 시간 동안 꼿꼿하게 서서 참가자분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여유롭게 강연을 이어 나가셨다. 대표님께서 강연 날 하셨던 여러 말씀이 2주가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대표님의 친구분께서는 대표님께 “너를 지키면서 그 자리에 간 것을 더 칭찬하고 싶어”라고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나를 지키면서 일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기에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뭉클했다. 사장님들이 으레 하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말은 회사의 주인처럼 일하라는 뜻이 아니라 ‘일의 주인이 돼라’는 의미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또 그 어떤 리더보다 후배를 아끼고 각자의 재능을 꺼내주는 리더가 되고 싶으셨다고, 지금까지도 “대표님이 계실 때가 가장 좋았어요”라는 말을 후배분들께 듣고 계신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대표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번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하는 건 자기답게 사는 일과 결코 다르지 않다”라는 점이다.
작년에 크게 했던 고민 중 하나가 ’나는 왜 이렇게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나’였다. 가뜩이나 일과 삶이 분리되기 힘든 직업인데, 작가님들께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계속 야근하게 됐고 이 과정이 점점 나를 소모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 삶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았다. 올해 들어서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도 차츰 하며 자연스레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
책에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CCO님이 강연에서 “자신이 원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의 반대말은 여가나 놀이가 아닌 ‘나태’예요”라고 하신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 글귀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열심히 일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나태해진 나를 꾸짖게 되는데, 내가 지금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증명받은 것 같아 기뻤다. 사회인이 된 후로 가장 나를 크게 성장시킨 건 ‘일’이라는 대표님의 말씀에 적극 동의한다.
‘나는 일한 대가로 무얼 가져가고 있나?’라는 질문을 해보시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돈 말고도 여러 가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 의미, 성취, 도전, 성취감과 자신감, 갈등, 스트레스, 기쁨, 인정, 동료애, 팀워크, 극복, 성공…. 우리가 일에서 맛보고 누리며 가져가야 할 것은 돈 이외에도 아주 많습니다. -31~32쪽
자신의 일을 붙들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나아지기 위해 어제의 자신을 부정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겉에선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기만의 관점, 시선이 생기는 겁니다. 이건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선물이에요. 그렇게 얻은 시선과 관점은 오래도록 자신의 일을 잘하게 하는 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당장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에도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56쪽
책을 읽으면서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코모디티commodity’라는 개념이었다. “코모디티란 꼭 그것이라야 할 이유가 없이 고객이 다른 것으로 바꿔 사도 될 만한 브랜드를 말한다”고 한다.
대표님께서는 강연장에서 ‘소비자로서 우리는 매일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내가 브랜드라면 나는 선택받을 만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져주셨다. 아직 나는 여기에 확실한 답을 할 수 없다.
‘그저 할 줄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일의 규칙이라든가 순서, 최종 형태 등을 파악하고 있는 정도란 뜻입니다. 잘하는 사람을 일러 ‘일할 줄 안다’의 뜻과는 차이가 있는 거죠. -265쪽
퍼포먼스가 연차에 비례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연봉은 대개 부장이 과장보다, 과장이 대리보다 높죠. 이런 경우 경영자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분들도 가성비란 걸 고려하지 않을까요? 이쯤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시다. 혹시 나는 코모디티인가? 나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내놓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는 답을 확실히 할 수 없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121쪽
사회초년생 때부터 오랫동안 10인 이하의 작은 조직에서 일하다, 100명 단위의 조직에서 일하게 됐을 때 ‘연차에 비해, 연봉에 비해 제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 겉으론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안다. 누가 일터의 숨은 구멍인지. 경험이 늘면서 조금씩 편안해졌지만 한편으론 안이해지고 있는 내 모습도 발견한다. 코모디티가 되지 않으려면 고여 있지 않으려면 계속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최인아 대표님께서는 “나는 어떻게 쓰이고 싶은지, 나에게 뭐가 중요한지, 내 안에 뭐가 있는지 부지런하게 들여다보라”고 강조해서 말씀하셨다.
문제는 회사가 아닙니다. 올바른 질문은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가?’입니다. -67쪽
저는 일하고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를 겪고 또 도전과 맞닥뜨릴 때마다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인지, 이런 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것들은 질문이 되어 제 안에 오래 자리했어요. 이건가, 아니면 저건가. 시간이 가면서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됐죠. 질문을 품으니 발효가 일어나고 그 끝에 인사이트가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277쪽
그동안 나에게 질문을 건네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대표님께서 스스로 하신 질문 중 계속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 질문을 오래 품으면 언젠가 내게도 발효 끝에 깨달음이 찾아오지 않을까.
좋았던 문장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계속 들여다보고 싶은 문장들을 기록해 둔다.
재미도 제겐 아날로그의 영역입니다. 일의 희로애락을 겪어봐야 재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요. 내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그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입니다. 재미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자에겐 자신을 열어 보여주지 않습니다. -221쪽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의 핵심에 닿아보는 겁니다. 세상이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의 핵심까지 내려가면, 그래서 곁에선 알 수 없는 일의 본질과 비로소 만나면 그 일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이 생깁니다. 그걸로 그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해나가는 거지요. 그러면 재미가 붙기 시작합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많은 이들이 이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성취하고 재미에 닿았습니다. -222쪽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오래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면 비슷한 걸 보게 되는구나. 그렇게 핵심에 닿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9쪽
저는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면 무엇이 그들의 오늘을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좀 성급히 결론을 말하자면, 살아온 세월이 쌓일수록 태도와 의지, 심성 같은 것들이 재능이나 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사람들은 이미 이런 이치를 꿰뚫고 있었네요. 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 걸 보면 말이죠. -148쪽
이 책의 프롤로그에 “한 사람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일을 열심히 잘하고 싶은데 주변의 공기는 그렇지 않아서 헷갈리고 자신 없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당신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열심히 뭔가를 하는 것은 소용없는 게 아니라 축복 같은 거라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나에게 해주시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확신을 얻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책 내용이 너무 꼰대스럽지 않을까를 고민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추천사를 써주신 후배분이 “진심이 꼰대를 이길 거예요”라는 말씀을 대표님께 전해주셨다고 했는데 깊이 공감했다. 가르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진심을 전하시려는 게 책 전체에서 느껴졌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려 사인을 받았다.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아요”라고 적어주셨다. 마감 날 받은 특별한 선물이었다. 집에 갈 때 오히려 에너지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