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숲 차》
《요가 숲 차》는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쓰신 신미경 작가님의 최근 에세이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서점에서 처음 봤을 때, 제목이 너무나 와닿아서 그때부터 신미경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이번 책 《요가 숲 차》는 제목 그대로 요가, 숲, 차를 매개로 한 작가님의 소소한 웰니스 라이프를 기록한 책이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합한 개념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이 책의 앞날개에 담긴 작가님 소개 글부터 좋았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움을 꾀하며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단정한 어투로 자신을 소개하셨다.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삶이라니, 작가님의 일상이 무척 궁금했다.
운동과 담을 쌓은 채 서른 무렵을 보낸 작가님께서는 크게 아프셨다고 한다. 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시작한 운동이 요가였고, 지금은 발리 우붓으로 단기 요가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요가에 푹 빠져 계신다. 작가님께서는 요가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군중 속에서도 홀로 자유로움을 느끼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소개하셨는데, 크게 공감했다.
운동을 싫어했던 내가 요가만큼은 꾸준히 하는 까닭은 개인 운동이라서, 나의 성향상 나 자신하고만 연결되는 운동이기에 좋다. 팀플레이가 아니고, 누군가와 겨루지도 않고, 엄격한 규칙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24쪽
전 세계 공통으로 요가에서 강조하는 것 하나. 나만의 연습이니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을 되새긴다. -24~25쪽
비록 3개월이 살짝 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도 요가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다. 〈효리네 민박〉을 보며 꼭 만들고 싶었던 요가책이 있었고, 그 책을 기획해 만들게 됐다. 당시 요가에 대해 잘 모르면 요가책을 만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 근처 요가원에 등록했다. 돌이켜보니 요가하며 요가책을 만들었던 그 3개월이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운동했던 시간이었던 거 같다. 점심시간에도 퇴근 후에도 하루에 2~3시간씩 요가를 했었다.
요가책을 만들면서 ‘나마쓰떼’ 인사말의 뜻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당신과 내 안의 신성한 빛에 경배합니다”라는 의미였다. 서로가 존재함을 그저 지그시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깊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책에는 작가님께서 양질의 잠을 자기 위해 모험하는 과정이 재밌게 펼쳐진다. 온습도를 조절하고, 공기 정화 가전을 두고, 잠자기 전에는 물을 마시지 않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도 제대로 못 주무셨는데, 암막 커튼을 달고 유레카를 외치셨다고 한다.
하루의 컨디션이 유독 나쁘면 몸의 균형이 어디에서 무너졌나 생각한다. 잠이 부족하고 유독 피곤하면 운동을 하지 않는다. 잠-식사-운동 순으로 나에겐 중요하고 첫 번째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없다. -50쪽
나 역시 먹는 것보다 잠이 중요하다. 애달프지만, 방송 일을 그만두었던 이유 중 하나가 ‘자고 싶어서’였다. ‘밤샘’을 해야 한다는 게 근무 조건으로 적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에 삼 일 내내 쪽잠을 자다가 정작 중요한 일을 앞두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를 한심하게 여겼는데,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잠은 거를 수 없는 거였다.
자기계발 뉴스레터인 아하레터를 통해서 《요가 숲 차》 ‘완독하지 않는 북클럽’을 신청했고 신미경 작가님을 랜선에서 뵐 수 있었다. 이 북클럽에 참여하기 위해선 작은 미션을 해야 했는데, ① 요가 스트레칭 명상 10분 ② 숲길이나 공원 산책하기 ③ 매일 상온 또는 미지근한 온도의 물 1리터 이상 마시기. 세 개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나는 ②번을 선택했고 덕분에 오랜만에 느긋하게 공원을 걸었다.
나무와 꽃 향기도 맡고 저녁노을도 보고 선선한 바람결도 느꼈다. 이 좋은 걸 그동안 왜 잊고 살았을까.
사계절 모두 자연은 내게 다른 말을 건다. 겨울 산은 앙상한 가지가 대다수일지언정 숲은 자기 회복적 공간. 콘크리트 안에서는 알지 못하는 작은 환희가 그곳에 있다. -86~87쪽
작가님은 겨울 산을 비롯해서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은 낮은 산으로 하이킹을 다녀오신다고 한다.
신미경 작가님이 가장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조금 더 나은 컨디션을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실천하고 계신다는 점이다. 요가, 숲, 차를 제외하고도 외출 전에는 스마트워치로 자외선지수를 체크하고, 집 안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시력 보호를 위해 조도를 관리하며. 청력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노력하신다.
그러니 절대적인 건강법을 찾기보다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복지 생활을 꾸려 갈 것. 나는 그게 바로 개인이 지향해야 할 웰니스라고 본다. -6쪽
이 웰니스 라이프를 누리기 위해 일하실 때는 최대한 집중하시는데, 아래 문장이 ‘프로 야근러’이던 나에게 큰 해결책을 가져다주었다.
우선순위 정하기, 하나의 일을 매듭짓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이 두 가지를 잘 지키면 야근 없이도 생산성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된다. 복합적인 훈련의 결과겠지만 결국 몰입과 집중에 필요한 재료는 아무래도 차분한 성격 같다. 일정한 리듬으로 집중해야지만 긴 호흡의 업무에 내가 휩쓸리지 않는다. 산만함은 같은 일에 두 배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 몰입은 때때로 예상 소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기도 한다. -143쪽
작가님의 북클럽 강의를 들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예전에 엄청난 ‘슈어홀릭’이셨다는 거다. 심지어 과거에 《슈즈 시크릿》이라는 책도 출간하셨었다.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를 지나, 웰니스 생활자가 되기까지 작가님의 변화가 놀라웠고 이렇게 계속 주제를 확장하며 여러 권의 책을 써오신 점도 존경한다.
책을 읽으며 나만의 ‘복지 생활 리스트’를 끄적여보았다.
1. 졸리면 죄책감 없이 잔다.
2. 일주일에 하루라도 공원이나 숲에 가서 피톤치드 공기를 마신다.
3.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로마오일로 긴장을 풀어준다.
4.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꼭 하고 조금이라도 땀 흘리는 운동을 한다.
5. 커피는 하루 두 잔만. 세 잔째는 디카페인으로 마신다.
6. 재택근무할 때는 창문을 크게 열고 맛있는 커피를 내린다.
7. 일할 때 1시간에 한 번씩은 가급적 일어난다.
8. 점심시간엔 굶지 않는다.
9. 가고 싶은 전시, 공간이 있으면 미루지 않고 간다.
10. 마감하면 내게 작은 선물이라도 사준다.
쓰고 보니 복지 생활이라고 부르기엔 무척 소소하지만, 이 리스트는 조금씩 늘어날 거다. 그렇게 내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기록해서 오래오래 보고 싶은 문장들.
친절 역시 체력에서 나옴을 또 한 번 느낀다. 모든 게 체력의 문제다. -18쪽
나는 못해, 라고 선을 그었던 모든 일에는 분명 자신에게 맞는 수준이 있다. -43쪽
내가 수년간 몸살을 앓지 않은 건 꽉 조인 신경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휴식의 시간을 자주 가져서일지도 모른다. 꼭 실질적인 피로회복제가 아니어도 1분간의 깊은 복식호흡, 귀여운 모든 생명체를 보며 웃거나 식물이 주는 싱그러운 에너지를 만깍하거나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쬐고,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무엇이든, 언제나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을 무디게 만드는 사소한 것 하나가 소중하다. -59쪽
귀여운 첫인상이지만 알고 보면 커다란 힘을 숨기고 있는 우롱차는 적당히 잘 자란 어른의 차 같다. 어른이란 어떤 모습으로 살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이를 뜻한다. -123쪽
나는 내향인이다. 모든 성격은 장점이 있기에 자신의 성격에 맞는 쪽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 타인과 거리를 적적히 두는 편이고, 내가 벽을 치고 있는데 가끔 그 벽을 넘어오는 사람이 신기하면서 동시에 불편한 사람. 나는 이런 성격 탓에 친구들 또는 비즈니스 관계의 인맥이 될 수도 있는 이들과 꾸준히 교류하지 못한다. 대신 아이디어와 일목요연한 서류 업무, 꼼꼼한 실행으로 일을 믿고 맡겨도 될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으려 한다. 인맥이 끌어주는 더 좋은 기회는 없지만 상관없다. 따지고 보면 모두 내 성격 탓이라 불만이 있을 리가. -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