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렇게 매일 떠날 수 있을지도
지난주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오늘까지 내리 3일을 쉬었다. 짧게라도 제대로 안 쉬면 큰일 날 것 같았다. 한 달째 이어오던 감기가 마감을 끝으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콜록콜록 대기 시작했다.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출근하기 전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감기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건 분명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고 말씀하셨다.
처방받은 내복약엔 아침 공복에 먹어야 하는 하늘색 알약이 추가 됐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항생제였다.
이번 휴가의 목적은 ‘요양’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내 나이에 ‘요양’이란 단어를 붙이는 게 조금 어색하지만, 고칠 ‘요療’, 기를 ‘양養’. 나를 고치고 기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몸을 돌보는 걸 최우선으로 여기자고 다짐했다.
평소대로 운동하고 아이들 산책을 하고 나면, 그날의 모든 의무를 다한 걸로 여겼다. 그 외의 시간은 무엇을 하든 자유였다. 졸리면 죄책감 없이 잤고,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책 세 권을 읽자는 목표를 얼핏 세웠지만 역시 보란 듯이 실패했다. 미뤄뒀던 드라마를 보고 끌리는 대로 영화를 봤다. 건강검진도 했다. 그러고 나니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이 재건되고 있다고 느껴졌다.
휴가 첫날, 전도연 배우가 ‘뜬뜬’ 유튜브 채널에 나온 쇼츠 영상을 보았다. 출연자들이 ‘이번 휴가에 어디 안 가시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전도연 배우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사실 휴가라는 게 마음이 편해지려고 하는 거잖아요. 쉬려고. 근데 그거는 꼭 휴가가 아니어도 되는 것 같아요. 어디여도 내 마음이 편하면 그게 휴가고 휴식인 것 같아요.”
꼭 어디를 가야 한다는 강박 대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귀한 휴가를 의미 없이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휴가에 꼭 어딘가를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
그리고 더 자주 휴가를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 바쁘더라도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한 상태가 된다면 그게 휴가일 수 있으니까.
이번 휴가엔 초록 초록한 여름의 풀빛을 눈에 가득 담았고, 캔버스에 따라 그리고 싶은 멋진 구름의 느긋한 움직임을 즐겼고, 매미의 울창한 합주를 들었다.
그리고 올해 첫 빙수를 먹었다. 옛날식 빙수로 미숫가루가 올려져 있었다. 그 고소함을 입 안 가득 삼켰다. 내게 올해 여름의 맛은 고소함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
쉴 휴休, 틈 가暇. 휴가는 어렵지 않다.
틈틈이 마음이 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