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CES 2020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서비스 로봇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서비스 로봇에 대한 다양한 소문이 들렸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CES에서는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했었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제대로 된 서비스 로봇을 출시한 곳은 LG전자 한 곳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잘 아시는 것처럼 의외로 삼성전자가 볼리(Ballie)라는 컴패니언 로봇을 들고 나왔구요.
아무튼 이 글에서는 CES 2020에 출품된 서비스 로봇 및 로봇류에 대해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전자의 볼리는 CES 2020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제품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볼리를 지능형 홈 서비스 로봇보다는 'Life Companion'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기 보다는 보다 사용자 친화적이고 사용자 맞춤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고 보입니다. 대부분의 기능이 지능형 자동화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죠. 즉, 공기가 나쁘면 공기청정기를 돌린다던지, 강아지가 심심해 하면 TV로 강아지 채널을 틀어준다던지 하는 정도였기 때문이죠. 뭐 처음 선보인 것이다 보니 이 정도였겠지만, 충분히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왜 모양을 저렇게 작게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작은 틈 사이로도 들어갈 수 있는 등의 장점은 있겠지만, 사물을 인식하는 시점이 너무 아래 쪽에 있어서 활용성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아래 보이는 에어 같은 크기의 로봇이 볼리 같은 기능을 제공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삼성전자는 IFA 2019에 이어 이번에도 요리사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능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수준였죠. 예를 들면, 후라이팬을 인덕션 위에 올려 놓으면 거기에 기름을 붇고 사람이 옆에 가져다 놓은 두부를 인식해서 후래이팬에 올리고 굽고 뒤집는 정도였습니다. 로봇이 사람을 도와주기 보다는 사람이 로봇 시중을 든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뭐 보여주는 용도라지만 이건 좀 아닌거 같더군요.
LG 전자는 안래 로봇, 셰프봇, 테이블 로봇, 서빙 로봇 등 가장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이들은 일반 가정보다는 레스토랑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클로이 테이블(CLOi's Table)'이라는 이름의 로봇 레스토랑 컨셉으로 전시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인 것 같습니다.
바로 아래 보이는 바리스타 로봇은 단순히 주전자의 물을 따라서 커피를 추출하는 기능만 제공합니다. 뭐 이런 것들도 나름의 전문성이 있는 부분이겠지만, 이 로봇이 하는 일은 딱 저정도였습니다.
아래 보이는 로봇은 설거지 로봇인데요, 로봇 팔 끝의 흡착판으로 접시를 잡아서 물에 넣고 흔드는 식으로 설거지를 하는 로봇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설거지를 참 어렵게 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래의 두 로본은 안내 로봇과 테이블로 주문 로봇이었습니다. 실제 데모를 보지 못해서 자세한 기능들은 설명할 수 없지만, 식당에 들어가면 손님을 맞이하고 빈 자리로 혹은 예약한 자리로 안내를 해주거나 테이블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겠죠. 역시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VCC South에는 로봇 관련 기업들이 일부 참여를 했는데요, 의외의 기업이 한컴이었습니다. 한글과 컴퓨터에서 이런 것도 하는구나 했는데, 한컴로보틱스라는 회사가 따로 존재하더군요. 아래 보이는 로봇은 '토키(Toki)'라는 이름의 홈서비스 로봇인데요, CES 2019에도 출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걸 업그레이드 해서 출품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동작하는 모습을 보고는 헐!! 했습니다. 학생들이 만들어도 그렇게 거칠게 움직이지는 않을 정도였거든요 ㅋㅋ
최근에 업데이트된 기능은 외국어 학습이나 코딩 등 교육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정도인데, 홈서비스 로봇에서 이런 기능이 중요한 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품 기획이 좀 아닌 것 같더군요.
그리고 얘는 뭔지 모르겠는데요,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한컴그룹 캐릭터인 '말랑말랑 무브먼트' 디자인을 적용한 시제품 로봇인 것 같습니다. 이 외에 전시해설과 자율주행이 가능한 안내 로봇 '엘리젠(Elligen)'도 출품했다는데 그냥 스쳐지나가서 못 본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C Lab 아웃사이드의 서큘러스라는 기업에서 출품한 '파이보(pibo)'라는 서비스 로봇입니다. 서큘러스는 파이보를 반려 로봇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던데요, 그래서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를 타겟 시장으로 보고 있더군요. 반려로봇인 만큼 사람과의 소통을 중요시 하고, 그래서 사람이 말을 걸지 않아도 먼저 말을 걸어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사실 반려 로봇들은 이 기능이 기본입니다.)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해서 우리말을 인식하구요, 사용자의 표정이나 감정을 읽을 수 있어서 상황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거나 그에 맞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학습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 수록 개인 맞춤화된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드웨어나 서비스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 보여서 아쉽더군요.
로보케어의 '보미 II(Bomy II)'도 국내에서 출품한 서비스 로봇입니다. 치매 노인을 위해 개발된 고정형 보미 로봇을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치매예방 인지 게임이나 데일리 케어 기능을 제공한다고 하네요. 아래 바퀴가 달려 있어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로봇은 P&G의 Life Lab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재미있는 로봇입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다 봤는데 휴지가 없어서 난처했던 적이 없으신지요? 이 로봇은 그때 휴지를 가져다 주는 로봇입니다. P&G는 고객들의 생활 습관을 관찰하며 집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들을 들고 나왔는데, 차민의 '롤봇(Rollbot)'도 그 중의 하나였던거죠.
차민은 롤봇 외에도 '스멜센스(SmellSense)'라는 장치도 들고 나왔는데요, 화장실의 냄새를 분석해서 지금 화장실에 들어가도 괜찮은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 들어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에 있는 냄새 센서가 화장실 내에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가 있는지를 분석해서 알려준다고 하는군요. 저도 P&G Life Lab 부스에서 방귀 생성 버튼을 눌러봤는데요, 이내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곰돌이의 표정이 찡그러지며 배경화면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마스캣(MarsCat)'은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둔 엘리펀트 로보틱스의 컴패니언 로봇입니다. 자고 놀고 스트레칭하는 등의 애완동물 고양이의 행동을 모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요, 단순히 애완용 로봇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용자들은 오픈소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마스캣이 다른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열성적인, 게으린, 사회적인, 수줍은 등 6가지 캐릭터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본 기업인 Groove X은 사랑(Love)과 로봇(Robot)의 의미를 담고 있는 '로봇(Lovot)'을 선보였습니다. 이름이 의미하듯 이 로봇은 반려용 로봇으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사람들과 교감하며 사람들을 기쁜게 하는게 목적인 로봇입니다. 귀여운 모습의 이 로봇은 커다란 눈과 버튼으로 된 코 그리고 몸통에 여러 개의 터치 센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이 만지는 것을 인식하고 단순하게 생긴 두 개의 팔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기도 한다네요.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머리에는 360도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주변 사물을 인식할 수 있고 바퀴를 이용해서 이동도 가능합니다.
미스티 로보틱스는 Misty II라는 로봇을 공개했습니다. 컨시어지 로봇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면서 하게 되는 로봇이라고 합니다. (전시장에서는 직접 못 봤지만) 그래서인지 동작이 아직은 느리고 굼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앞에 소개한 마스캣이 좀 차가워 보이는 애완 고양이였다면, 톰봇의 '제니(Jennie)'는 정말 강아지 같은 애완 강아지 로봇입니다. 제니는 꼬리를 흔들거나 잠을 잘 때 코도 곤다고 하는데요, 치매 노인을 위한 동반자 로봇으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톰봇의 설립자 어머니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개발을 하게 되었다네요. 그런데, CES 전시에서는 자폐아와 PTSD를 가진 어린이들의 부모들에게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도쿄 기반의 로봇 스타트업인 유카이 엔지니어링은 꼬리가 흔들리는 고양이 모양의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Petit Qoobo라 불리는 이 로봇은 Qoobo의 컴팩트한 버전으로 주변 환경에 반응하여 꼬리를 흔들거나 진동을 한다고 하네요. 애완 동물을 소유하고 싶지만, 알레르기나 직업 또는 생활 상황 등으로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되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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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k-Agnostic,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학습해서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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