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중심의 스마트홈 서비스와 관련해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0-Click Ordering과 Final 50 Feet의 개념이다. 내 책 <냉장고를 공짜로 드립니다>나 이전의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0-Click은 말 그대로 클릭을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개념이다. 제로클릭 오더링이 서비스의 개시와 관련이 있다면, 아파트나 사무용 빌딩 내에서 서비스를 전달하는 개념인 Final 50 Feet은 서비스의 전달 및 완성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서비스의 전달과 관련해서 그동안은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했다. 원래 라스트 마일이라는 것은 통신분야에서 지역의 작은 전화국이나 중개국에서 거주자의 집까지 전체 네트워크의 마지막 부분에서 통신회선을 제공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보편화 되면서 이 말이 주거지역 인근의 물류센터나 혹은 아파트 인근의 대형 할인마트에서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로 제품을 전달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리테일 기업들이 라스트 마일 경쟁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라스트 마일의 개념이 Final 50 Feet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즉, 전체 딜리버리에 있어서 마지막 부분, 즉 배송 트럭에서 고객의 현관 앞에 이르는 15미터 정도의 거리가 서비스 딜리버리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이 됐다는 것이다.
우체부 아저씨나 택배 기사님들이 알아서 현관 앞이나 경비실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데 무슨 Final 50 Feet 이야기를 하느냐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Final 50 Feet가 적어도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빌딩까지 가는 것보다 그곳들의 입구에서 고객의 두 손에 배송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아파트에서는 Final 50 Feet 때문에 관리자와 혹은 입주민 대표와 택배기사들 사이에 실랑이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측면은 지금과는 달리 자율주행이 됐을 때의 문제다. 자율주행이 되는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처럼 고객의 현관 앞이나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빌딩의 어딘가에 물건을 내려놓고 이 물건을 단지나 건물 내에서 수령자에게 전달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건물들은 자율배송을 위한 허브 공간 및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단지나 건물 내에서 자체적으로 Final 50 Feet 딜리버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오피스 건물들이 건물의 특정 공간(지하 1~2층이나 지상 1층)에 택배 관리 공간을 두고 운영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앞으로는 이런 공간과 시설이 필수적이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서비스 중의 일부는 단지나 건물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공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서비스 사업자의 마이크로 물류센터가 단지나 건물 내에 존재해서 물건을 주문하게 되면 자신이 있는 건물 내에 있는 마이크로 물류센터에서 해당 물건을 전달해주는 구조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개별 기업들이 각자 마이크로 물류센터를 운영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하며, 누군가가 이런 서비스를 대행해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러한 구조의 변화는 단지 딜리버리 시간의 감소뿐만 아니라 딜리버리를 위한 차량의 감소 및 도시 트래픽의 감소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워싱턴 대학교와 시애틀의 운송국이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전자상거래로 인한 배송 트럭의 운행 횟수가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엣지 컴퓨팅 기술과도 어느 정도 닮았다. 멀리 어느 곳엔가 있을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하는 대신 집안이나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엣지 서버에 접속해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엣지 컴퓨팅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Final 50 Feet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자율주행차+딜리버리 로봇의 조합을 제안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Continental. 이 회사는 헤드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박스형태의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해서 여러 대의 강아지 형태의 딜리버리 로봇을 이용해 마지막 배송을 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포드(Ford) 자동차에서도 발견된다. 포드는 두 발과 두 손이 있는 로봇을 이용해서 마치 택배원이 하는 것처럼 택배 차량에서 물건을 꺼내 고객 집으로 배송을 하도록 한다.
배달의민족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나라의 우아한형제를 비롯한 몇몇 기업들도 건물 내에서 배달음식을 배송하기 위한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 근처에 마이크로 물류센터가 운영된다는 것은 고객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기 전에 알아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든다. 앞에서 언급한 Zero-Click Ordering을 현실화 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0-Click Service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Final 50 Feet에만 우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객이 무엇을 언제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대한 집합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