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디바이스의 확대에서 정보 전달력의 강화로..
최근 구글이 구글홈이라는 음성인식 스피커를 출시하고 국내의 SK텔레콤도 누구(Nugu)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 생태계가 조성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 생태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아마존일 것입니다. 최근 아마존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음성인식 디바이스의 확대와 정보 전달력의 강화일 것입니다.
아마존은 2014년 11월 6일 아마존 에코(Amazon Echo)라는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 디바이스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에코의 음성인식률을 개선하거나 에코를 통해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노력에 집중하였죠. 그러나, 최근에는 에코를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 에코, 에코 닷, 에코 탭으로 구성되는 아마존 에코 패밀리일 것이구요, 그 다음은 파트너사들에 알렉사의 API를 제공하는 노력일 것입니다.
아마존에는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세 종류의 에코 디바이스가 존재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가장 처음에 나온 아마존 에코이구요, 중간에 보이는 것이 에코 탭(Echo Tap)입니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에코 닷(Echo Dot)이죠. 실제로는 에코 탭의 크기가 약간 더 작습니다.
이들의 기본 기능이나 동작은 동일합니다. 사용자가음성명령을 내리면 그것을 인식한 후 음성명령에 적합한 답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물어볼 수도 있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음성 대화만으로 온라인 쇼핑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에코를 출시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아마존 에코
아마존에서 음성인식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된 것은 에코가 아니라 대시(Dash)라는 주문형 디바이스 입니다. 대시 스틱에 있는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주문할 상품명을 말하면, 이전에 주문했던 제품을 자신의 아마존 카트에 넣어주는 장치입니다. 대시는 주부들이 생필품을 편하게 주문하도록 만든 제품인데, 아이를 앉고 있다거나 요리를 해서 손이 젖어 있는 등 대시를 들고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아마존 에코죠.
에코는 항상 스탠바이 상태입니다. 그래서, 에코 근처에서 '알렉사'라는 웨이크업워드와 함께 명령을 내리면 그 말을 알아듣고 관련 서비스를 해주게 됩니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대시에서 마이크 버튼을 누르는 기능을 제거한 제품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코는 마이크가 무려 7개나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방향이나 거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6-7미터 떨어진 곳에서 말을 해도 알아 들을 수 가 있습니다.
에코의 또 다른 특징은 스피커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성명령의 결과를 음성으로 실시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죠. 대시에서는 어떤 제품을 주문하라고 한 후에 그게 제대로 주문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을 켜고 아마존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는데, 그런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쇼핑 외에 정보 검색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제공하게 된 것입니다.
에코 닷과 에코 탭
에코의 이런 편리한 이용 방식과 기능은 에코를 500만대 정도 팔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에코도 서비스 영역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거실이나 주방 정도에서는 나름 쓸만한데, 침실이나 서재 등 집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피커 기능을 약화시키고 가격을 엄청 낮춘 에코 닷을 출시했습니다.
에코 닷은 아마존 에코가 제대로 음성명령을 인식할 수 없는 곳에 두면 에코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에코처럼 좋은 음질의 소리를 들을 수는 없죠. 그래서, 에코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함께 이용하기도 합니다.
에코 닷이 집안에서의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에코 탭은 집 밖에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휴대형 아마존 에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휴대형이 되어야 하니까 내장 배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ifixit.com의 자료에 따르면, 에코 탭에는 2850mA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 있구요, 완충 시 9시간 정도 연속으로 음악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별다른 동작을 안 시키면 더 오래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이를 위해 에코 탭 박스 안에는 별도의 충전 크레들이 들어 있습니다. 사진처럼 에코 탭을 충전 크레들 위에 얹어놓으면 충전이 되죠. 물론, 스마트폰의 5핀 충전 잭을 에코 탭의 뒷면에 있는 단자에 연결해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에코 탭의 또 다른 특징은 물리적인 버튼들이 여러 개 있다는 것입니다. 뒷쪽에는 전원과 블루투스 버튼이, 앞면에는 마이크 버튼이, 그리고 윗면에는 음악 플레이 및 다음곡, 이전곡, 볼륨 업, 볼륨 다운 등의 버튼이 있습니다. 휴대형 무선 스피커로의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는 거죠.
에코 탭과 함께 알렉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앞의 마이크 버튼을 누른 후에 말을 하면 됩니다. 이때는 굳이 알렉사나 아마존과 같은 웨이크업워드를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버튼이 웨이크업 기능을 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즉, 마이크 버튼은 휴대용인 에코 탭의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에코 패밀리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
사실, 앞에서 소개한 아마존 에코 제품들은 마이크와 스피커 그리고 무선 통신 모듈이 포함된 깡통에 불과합니다. 핵심은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인 알렉사(Alexa)인거죠. 이말은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는 API를 공개하면 어떤 디바이스도 에코스러운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아마존은 그런 식으로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차 제너시스 G80, G90 모델, 포드나 BMW의 신형 모델에 알렉사를 탑재하는 것이구요, 핏빗의 액티비티 트래커나 LG전자의 가전제품들에도 알렉사를 탑재할 예정입니다. 물론, 다른 브렌드의 제품들은 물론 심지어는 라즈베리파이 같은 개발 보드에서도 알렉사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제품에서도 알렉사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런 시도가 태블릿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파이어 태블릿 HD8부터 태블릿에서도 알렉사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2014년 6월에 출시됐다가 다음 해에 단종시켰던 파이어폰이 성공했었더라면 애플의 시리처럼 스마트폰에서도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지 않았을가 싶습니다.
음성인식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 디바이스들은 인터페이스 방식의 혁신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할 때처럼 다양한 정보를 인터랙티브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은 알렉사와 파이어 태블릿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보이스캐스트 (Voicecast)
에코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주로 스마트폰의 알렉사 어플을 함께 이용합니다. 알렉사 어플을 이용하면 에코의 이용 환경을 설정할 수도 있고, 에코에게 질문했던 내용이나 그 결과에 대한 히스토리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질문 내용에 대해서 확인하려면 스마트폰의 알렉사 앱을 실행시켜야 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보이스캐스트 기능은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기능입니다.
만약, (어떤 형태가 되었든) 에코와 파이어 태블릿을 함께 이용한다면, 에코의 답변을 태블릿을 통해서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면, 에코에 대고 "Who is the CEO of Amazon.com?"이라고 물어보면 에코에서는 "Amazon.com's CEO is Jeff Bezos."라고 음성으로 답변을 하고 같은 내용이 태블릿 화면에도 동시에 팝업이 됩니다. 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팝업된 화면에서 추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음악을 듣고 있다거나 특정한 방송 채널을 듣는 중에 "Send that to my Fire tablet."이라고 하면 ("Shall I show it on Hakyong's table?"이라고 물어오구요 "Right"이나 "Yes" 같은 식으로 답을 하면) 태블릿에 관련 정보가 팝업이 됩니다. 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알렉사의 설정(Setting)에서 Voicecast를 활성화시켜 놓으면 됩니다.
태블릿과 결합하는 알렉사
2016년 9월 아마존은 태블릿에서도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10월 26일 FireOS가 업데이트 되면서 파이어 태블릿에서 알렉사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구요. 애플의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훨씬 전부터 시리(Siri)나 구글 나우(Google Now)를 이용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늦은 거죠.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마존이 파이어폰에서 실패만 하지 않았어도 조금 더 일찍 폰에서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미련이 있어서인지, 아마존은 나름 성공한 파이어 태블릿에서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네요. 아래 보이는 사진처럼 태블릿의 홈 버튼을 꾸~욱 눌러주면 화면 아래쪽에 파란색 줄이 나타납니다. 이때 에코 탭을 이용하는 것처럼 (아마존이나 알렉사라는 말을 하지 않고) 말을 하면 됩니다. 이러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은 작년에 나온 나노 파이어, 파이어8, 파이어HD10, 그리고 올해 출시된 파이어HD8입니다.
에코에 디스플레이를 추가
태블릿에서 알렉사를 이용하는 것이 부족하게 느껴졌을까요? 아마존은 차기 에코 버전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최근에 발표했습니다. 즉, 에코와 파이어 태블릿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제품이 출시되는 거죠. 7인치 스크린이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에코의 크기나 모양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 https://www.ifixit.com/Teardown/Amazon+Tap+Teardown/6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