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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용 Apr 01. 2021

스마트홈 시장에 봄이 오나 봄

2021년, 스마트홈 시장 활성화의 원년

2020년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로 인해 경제 및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행 및 관광업계는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으며 이와 관련된 숙박 및 음식점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암울해 보이는 경제 상황에 대비하고자 사람들이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4.3%에 불과하던 지난 20년 간의 평균 가계저축률이 지난 해 무려 10% 내외로 증가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빛을 본 분야가 있다면 바로 스마트홈 분야일 것이다. 회사에서 하던 일들을 집에서 해야만 했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공부를 해야만 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가는 대신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고 팝콘을 먹는 대신 피자나 치킨을 주문해야만 했다. 물론, 쇼핑이나 운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즉, 코로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수천 년간 따뜻한 안식처 역할을 하던 집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집을 더 이상 잠을 자거나 쉬는 공간이 아니라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취미생활은 하는 공간으로 재정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을 변신시키게 만들었다. 그동안 공간만 차지한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을 버리고 대신 재택근무나 재택수업 혹은 홈트나 요리를 위한 가구와 가전제품을 새롭게 구매하게 만들었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23개 가전제품에 대한 2020년 가전 시장의 규모는 2019년 대비 무려 14%나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14%나 성장한 것이다. 2019년 전체 가전 시장 성장률이 4.6%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그야 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셈이다. 여행을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과 가구 분야에 대체 소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말 그대로 스마트홈 분야에 코로나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그 동안 출퇴근이나 지인들과의 교류에 사용되었던 시간에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운동을 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집을 새롭게 만드는데 필요한 제품들의 조립이나 설치를 직접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집에 머물면서 호모 파베르의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한 제품들이 하나씩 설치되고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대표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모든 제품들을 스마트 디바이스로 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중소기업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어떤 가전제품을 구매하더라도 모두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아카라나 투야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 전문 기업들의 한국 진출도 눈에 띈다. 이들은 스마트 플러그나 스마트 리모컨 등을 이용해서 기존의 스마트하지 않은 제품들도 스마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런 스마트홈 디바이스가 전통 가전제품에 비해 대규모로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판매된 스마트 디바이스는 전년 대비 17%나 증가했다. 2020년 미국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약 265억 달러로 2019년 대비 8%나 증가했으며, 이는 연평균 3~4% 성장했던 것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 대한 통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주요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14%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 디바이스 증가율은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NPD에 따르면, 보안용 디바이스와 스마트 조명이 인공지능 스피커의 뒤를 이어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카메라나 스마트 도어락을 포함한 보안용 스마트 디바이스의 판매가 2019년 대비 44% 늘었으며 스마트 조명도 19%나 증가했다. 이런 사실은 CTA의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올해는 물론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원격에서 집의 안전 및 감시에 대한 새로운 니즈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분야는 디지털 헬스와 웰니스 분야다. 디지털 헬스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홈트레이닝을 통한 육체적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수면이나 스트레스 완화처럼 정신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제품에도 관심이 모여지고 있으며 공기나 수질 등 집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 CT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가 자신들의 건강과 웰니스에 관심이 있으며 성인의 86%는 자신의 건강과 관련하여 공기나 수질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47%에 달하는 사람들이 건강 및 웰니스 관련 제품이 비싸다고 생각하므로 이런 딜레마를 해결해 주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홈과 관련해서 국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동안 통신사와 가전제조사 중심으로 전개되던 스마트홈 시장에 건설사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GS건설과 삼성물산을 포함한 6대 주요 건설사들은 자체적인 스마트홈 플랫폼을 공식적으로 출시하거나 고도화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음성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그 동안 통신사나 건설사와 협업 수준에 머물러 있던 스마트홈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동안 디바이스나 솔루션 중심의 스마트홈이 생활 서비스 중심의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라이(RAI)나 하이오티(Hi-oT) 같은 스마트홈 플랫폼을 바탕으로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는 물론 차량공유, 헬스케어, 세탁, 청소, 조식 등과 같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샘이나 오늘의집 같은 인테리어 사업자들도 스마트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생활 서비스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여 년간 지지부진하던 스마트홈 시장에 드디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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