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의 핵심 기술 트렌드는?
저는 2015년부터 CES의 기술 트렌드를 팔로업해 왔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직접 CES에 참석했고 23년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참가에 앞서 CES 2023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를 정리해 봤습니다. 원래 Tech Trends to Watch는 CES가 개최되면 CES를 주관하는 CTA가 소개하는데요, 이건 제 주관적인 것입니다.
사실 CTA가 소개하는 트렌드는 출품작의 기술 분야를 바탕으로 한 거라서, 실제 기술 트렌드와 무관하게 참가 기업들만 많으면 트렌드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업이 주로 출품하는 Metaverse가 주요 트렌드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작년의 Space Tech도 마찬가지였구요.. 물론 향후 CTA가 발표하는 Tech Trends to Watch와 전시회 참여 후 제가 확인한 것들을 다시 한 번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CES 2023의 핵심 기술 트렌드는 무엇이 될까요? 저는 그 트렌드를 CES 2023의 주제인 BE IN IT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Be in it" 그 의미가 무엇일까요? 직역하자면 '그 안에 있어'가 될 텐데요, '빠져들어!'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빠져 드는 걸까요? CES 2023 전시회 자체를 빠져들듯 즐기라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구요 혹은 몰입형 기술(immersive technology)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몰입형 기술 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술은 크게 앰비언트와 메타버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앰비언트(ambient)라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알아서 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현실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삼성전자는 캄테크(calm tech)라고 부르기도 하죠.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2년 3월부터 캄테크를 강조하고 있구요, 2021년 스마트싱스 광고를 할 때부터 캄테크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도 그동안의 제품 중심의 전시에서 탈피해 상황별 전시를 할 예정입니다. 상황별 전시는 '재택근무하는 안방', '이른 아침 침실', '반려동물을 남겨 놓고 나온 거실'처럼 다양한 상황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제품들과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전시를 하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10월에 개최되었던 한국전자전(KES) 2022에서도 선보인 방식이죠.
캄테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조용한 기술이기 때문에 첫째 조용해야 하구요, 둘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직관적(intuitive)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서비스는 사용자가 필요함을 느끼기 전(proactive)에 제공되어야 하며 넷째, 동일한 서비스라도 개인 맞춤형(personalized)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트렌드가 대세가 될 것 같아서 2년 전부터 <앰비언트 -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하라>라는 책을 준비했었는데요, 삼성전자의 캄테크나 아마존과 구글이 어떻게 앰비언트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앰비언트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즉 앰비언트 이코노미(ambient economy)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6475354
앞에서 몰입형 기술에는 앰비언트와 메타버스가 있다고 했습니다. 앰비언트가 사람들이 현실세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트렌드인 반면, 메타버스는 현실보다는 가상세계에 집중하도록 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메타버스 자체가 기존에 존재하던 수많은 형태의 인터넷 이용법을 의미하는 거라서 이렇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소개되는 대부분의 메타버스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들의 성향은 가상세계에 집중되어 있죠.
사실 메타버스는 기존에 한참 떠들었으니 돈이 되지 않았던 AR, VR 같은 기술들을 한데 모아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갈이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메타버스에는 큰 관심이 없고 비트코인이나 NFT처럼 관심사가 줄어들 버즈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기존의 인터넷이나 메타버스를 모두 포함하는 가상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거라 생각하구요, 플랫폼 생태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Web3.0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기존에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서 수익을 독차지하던 플랫폼 사업자들도 이런 움직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Web3.0이 별도의 기술로 강조되기 보다는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에 Web 3.0의 개념이 반영되어 일종의 Web 2.5가 대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작년부터 메타버스나 NFT, Web3.0 같은 기술이 주요 트렌드로 소개되는 이유 중의 하나 역시 해당 기술이 글로벌하게 주목을 받기 보다는 유달리 우리나라에서 많은 기업들이 관련 주제로 전시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떠오르는 기술 트렌드로 언근된다는 점도 말씀 드리고 싶네요.
CES는 말 그대로 가전(Consumer Electronics) 전시회(Show)입니다. 그래서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홈 관련 제품이나 기술이 중심인 행사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기술 및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모바일 기술이라 부르는 이동통신 기술 및 스마트폰이었죠. 실제로 CES 2022까지만 하더라도 5G 모바일 기술은 핵심 기술 트렌드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5G 기술의 한계가 인식되고 5G와 관련해서 더 이상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 없어지면서 이번 CES 2023에서는 관련 기술 및 제품 전시가 크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특히 그동안 관련 전시를 주도해온 화웨이나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분야는 모바일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모빌리티 기술이나 제품들 역시 수년 전부터 CES의 핵심 기술 분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번에는 BMW와 스텔라티스의 CEO가 기조연설을 하는 등 가전박람회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듯 합니다. 모빌리티와 관련해서는 최근 새롭게 개장한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 300여 기업이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빌리티와 관련해서 국내기업들 중에는 현대모비스가 미래형 자율주행차 2종을 선보일 예정이구요 LG이노텍도 처음으로 모빌리티 관련 전시를 한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23년에는 쉬고 24년에 전시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하구요, 대신 그룹 차원에서 500명 정도의 시찰단을 보낸다고 합니다. 이 외에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혼다 모빌리티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율주행도 스스로 알아서 해준다는 점에서 앰비언트 기술, 즉 몰입형 기술 중의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일을 자동으로 알아서 해주기 위해서는 로봇과 같은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도 로봇 관련 제품 및 기술들이 다수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도 여러 번 소개되었던 자율주행 기반의 딜리버리 로봇이나 웨어러블 로봇들이 다수 선보일 예정이구요,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ACWA사의 Clean Water Pathfinder) 같은 장치도 물 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채 상수도 안에서 자율주행하며 상수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 등이 주목할 만합니다.
또 다른 부분은 인공지능 기술의 보편화입니다. 앰비언트 기술이라는 말 자체가 원래는 Ambient Intelligence의 줄임말로써 사람들 주변에 인공지능이 편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요소기술로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의 자율주행은 물론, 음성이나 영상 인식을 통한 사용자와의 인터페이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비전 기술들이 모두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CES 2023과는 무관하게, 최근 SNS를 통해 다수 공유되고 있는 chatGPT나 다양한 Generative AI만 보더라도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수준에 와 있으며 얼마나 보편적인 기술이 될 것인지를 알 수 있는데요, 최근에 출간한 제 책의 표지도 콜로라도 미술 박람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인공지능 Midjourney가 표지를 디자인해 주었답니다.
CES 2023의 5번째 주목할만한 기술 트렌드는 역시 ESG, 그 중에서는 환경과 관련있는 그린테크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 및 솔루션,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기술들이 대거 선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참가하는데요, SK그룹은 여러 계열사들이 탄소 감축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이구요, HD현대(현대중공업)도 친환경 기술 기반의 해양 비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삼성전자도 캄테크 기반의 '넷 제로 홈(Net Zero Home)'을 주요한 전시 키워드로 내세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