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와 쓰레드 보더 라우터가 꼭 필요합니다.
2022년 10월 4일 매터 표준이 발표된지 어느덧 1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매터 지원 장치를 구매해서 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스테이션과 나노리프의 에센셜 전구가 거의 유일한 매터 지원 장치입니다. 게다가 기존 제품의 펌웨어를 업데이트 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사실상 없습니다.
반면에 미국의 상황은 좀 더 나은 편입니다. 아마존닷컴에서 판매되는 제품 종류만 20여 가지가 됩니다. 아쉽게도 대부분이 120V 전용이라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죠. 다행히도, 기존에 보급된 인공지능 스피커들을 업데이트 해서 매터 콘트롤러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일부 제품들은 쓰레드 보더 라우터(Thread Border Router) 역할도 합니다. 물론, 새로운 제품들도 다수 출시되었구요.
하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매터 표준을 주관하는 CSA 홈페이지에 가보면, 8월 6일 기준 정확히 1600개의 제품(Product)과 소프트웨어 컴포넌트(Components)가 인증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로부터 약 보름 정도 지난 8월 22일에는 그 숫자가 1,721개로 늘어납니다. 한달 평균 200개 정도씩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동일한 제품에 대한 변형된 모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이 수치는 다소 부풀려진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절반이라 하더라도 860개 정도의 제품들이 매터 인증을 받은 상태이므로 2023년 하반기에는 구매해서 이용할 수 있는 기기들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매터 기반 스마트홈에 대해 알아봅시다. 매터 기반 스마트홈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스마트홈이 어떻게 동작했는지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매터 기반 스마트홈은 이렇게 달라졌구나, 그래서 이렇게 좋아지는 거구나를 알 수 있겠죠.
위 그림은 기존 스마트홈 환경의 일반적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와이파이 공유기와 스마트홈 디바이스만 눈에 보이죠. 물론,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용자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스마트폰에 자신이 원하는 스마트홈 플랫폼 앱을 설치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해당 앱을 이용해서 해당 플랫폼에 연동되는 디바이스를 등록해서 이용하는 식입니다.
만약 삼성 스마트싱스를 이용한다면 스마트싱스 앱을 설치한 후 스마트싱스에 연동되는 제품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앱을 이용해서 해당 제품(위 그림에서는 플러그)를 스마트싱스에 등록합니다. 이후부터는 스마트싱스 앱을 이용해서 플러그를 제어할 수 있게 되구요, 이런 모든 동작은 클라우드에 있는 스마트싱스 플랫폼에서 이루어집니다. 구글의 구글 홈도 그렇고 아마존의 알렉사,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스마트홈 서비스들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는 다소 다릅니다. 집에 컨트롤러 라는 기기를 두고 이 디바이스에 스마트 기기들을 등록해서 이용하도록 합니다. 만약 위 그림에서 삼성에 등록한 스마트 플러그가 애플에도 등록해서 이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있는 홈(Home) 앱을 이용해서 컨트롤로(홈팟 미니)에 등록하게 됩니다. 사실, 홈팟 미니에 플러그가 등록되어 관리되고 제어되지만, 홈팟미니는 클라우드에 있는 애플의 홈킷(Homekit) 플랫폼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집 밖에 있는 경우, 즉 스마트폰이 집에 있는 홈 네트워크(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 클라우드에 있는 애플의 홈킷 플랫폼을 통해서 해당 기기를 제어하게 됩니다.
애플의 경우가 좀 독특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스마트홈은 클라우드에 있는 플랫폼에서 모든 디바이스 및 디바이스의 동작, 자동화 루틴 등을 관리합니다. 이는 스마트홈 사업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그냥 클라우드에 플랫폼 서버 하나 만들어놓고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디바이스의 제어가 클라우드에서 된다는 것은 그만큼 반응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버튼이 클릭됐을 때 집에 있는 커튼이 열리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버튼을 클릭했다는 정보는 클라우드까지 갔다가 커튼을 열라는 신호를 트리거 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사실상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만약에 인터넷 회선에 장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어 신호가 클라우드에 있는 플랫폼까지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커튼이 반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스마트홈이 먹통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이 끊기면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것도 안 되겠지만, 적어도 집 안에서 자동으로 동작하는 것들은 인터넷 장애와 상관없이 동작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개인 정보들이 플랫폼 사업자 손에 다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스마트 기기 제어 정보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밤 10시를 전후해서 침실의 조명을 끈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 사람은 다소 일찍 자는 사람이라 판단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터 표준은 기존 스마트홈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일 표준입니다. 이를 위해 매터에서는 애플의 스마트홈과 같은 구조를 취합니다. 즉,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플랫폼별로 컨트롤러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 스마트홈 환경에서는 클라우드에 있는 플랫폼이 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매터 환경에서는 우리 집(로컬)에 있는 컨트롤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터 기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컬 컨트롤러가 있어야 합니다. 구글의 경우 네스트 미니, 네스트 허브, 네스트 맥스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이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같은 장치나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 냉장고, TV, 모니터 등이 이런 역할을 해 줍니다.
만약, 매터를 지원하는 스마트 램프를 구입해서 구글 스마트홈에 등록한다고 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구글 홈 앱을 이용해서 디바이스를 등록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매터를 지원하는 스마트 플러그를 삼성의 스마트홈에 등록한다고 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스마트싱스 앱을 이용해서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에 디바이스를 등록하면 됩니다.
이처럼 구글홈에는 스마트램프를, 삼성 스마트싱스에는 스마트 플러그를 등록하는 경우 구글에서는 스마트 램프만, 삼성에서는 스마트 플러그만 제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삼성에서도 램프를 제어하고 구글에서도 플러그를 쓰고 싶다면, 기존 스마트홈 환경에서는 두 플랫폼(삼성 스마트싱스와 구글의 구글 홈)을 클라우드에서 서로 연동시켜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Cloud-to-Cloud, 즉 C2C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삼성이나 구글은 서로 협력 관계라서 플랫폼들끼리 서로 연동을 허용하지만, 애플과 삼성, 애플과 구글은 서로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플랫폼 연동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C2C 연동을 통해 다른 플랫폼에 등록된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매터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플랫폼에 연동된 매터 디바이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럼 매터 환경에서는 어떻게 다른 플랫폼 혹은 다른 플랫폼의 컨트롤러에 등록된 디바이스를 또 다른 플랫폼에 등록해서 이용할 수 있을까요? 먼저 구글홈(네스트 허브)에 연결된 스마트 램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램프를 삼성에 스마트싱스에 연결하려면 구글 홈 앱에서 해당 디바이스를 선택합니다.
그러면 위 그림의 맨 왼쪽 화면이 뜨는데요, 거기서 윗쪽의 톱니바퀴 아이콘을 눌러 설정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아랫쪽에 "연결된 Matter 앱 및 서비스"가 나옵니다. 이걸 클릭하면 세번째 이미지가 뜨는데요, 저의 경우 해당 디바이스가 이미 여러 플랫폼에 공유된 것으로 나옵니다. 만약 새로운 플랫폼에 추가하고 싶으면 윗쪽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앱 및 서비스 연결"을 클릭하면 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페어링 코드가 나오는데요 이 코드를 이용해서 새로운 플랫폼용 앱에서 매터 디바이스를 추가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삼성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스마트 램프를 추가한다고 가정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됩니다. 즉, 위에 소개한 절차를 통해 스마트 램프를 공유(device share)하면, 이미 구글홈에 연결된 스마트 램프가 다시 연결 모드로 들어가구요,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에 해당 램프를 추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스마트싱스에는 이전에 등록한 플러그와 이번에 등록한 램프가 함께 관리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마트싱스에서 이 두 장치를 이용한 자동화 루틴을 생성해서 이요할 수도 있게 되는 거죠.
그럼 구글홈에 등록되어 있고 스마트싱스에도 공유되어 등록된, 즉 구글과 삼성 스마트싱스라는 멀티 플랫폼의 관리(어드민)를 받는 스마트 램프를 다른 플랫폼에 추가로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윗쪽의 구글홈 앱 이미지를 보면 저의 경우 이미 4개 혹은 5개 플랫폼에 등록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스마트 램프를 공유받은 삼성의 스마트싱스에서 스마트램프를 공유하는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싱스 앱에서 공유할 장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장치 화면의 윗쪽에 있는 더보기를 누른 후 "다른 서비스와 공유"를 선택합니다. 세번째 이미지를 보면 스마트싱스 외에도 3개의 플랫폼에 공유되어 있고 아이폰(Apple Keychain)에 디바이스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맨 아래에 있는 "기기 공유"를 누르면 QR 코드와 함께 매터 11자리 코드가 뜹니다. 이걸 이용해서 애플 홈에서 디바이스를 등록하면 됩니다.
그러면 위에 보이는 것처럼 애플 홈팟미니에도 스마트 램프가 등록됩니다. 즉, 구글, 삼성, 애플에서 동일한 스마트 램프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만약 구글에서 램프를 제어하면, 그 결과가 실시간으로 삼성과 애플의 플랫폼에도 전달됩니다. 게다가 이 모든 동작이 로컬에서 이루어지니 반응 속도도 매우 빠르겠죠.
여기까지는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매터 장치(Matter over Wi-Fi)를 매터 환경에 추가해서 이용하는 방법을 살펴본 것이구요, 쓰레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