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학용 May 13. 2018

통신비 아니죠, 디지털 생활비 맞습니다!

통신비의 새로운 개념, 디지털 생활비

지난 1년 사이에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서 단말기 자급제 및 통신비 인하에 대한 주장을 몇 차례 해왔습니다. 통신 서비스라는 것이 전기나 가스, 수도처럼 유틸리티 성격이 강한 보편적인 서비스인데, 통신요금은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쉽사리 통신요금을 인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구요, 밀어부치기 식의 정부의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이 시장 원리, 경제 원리에 맡기는 것이구요, 그런 관점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로 레이팅


이러한 가운데 부상하는 주장이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을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제로 레이팅은 컨텐츠 서비스에 소요되는 데이터 요금을 무료로 해주는(zero-rate) 것으로 컨텐츠 이용자 대신 컨텐츠 사업자에게 데이터 요금을 청구하죠. 일종의 교차보조금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신비를 내는 주체가 내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제3자, 즉 컨텐츠 사업자이기 때문에 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BM에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컨텐츠 사업자가 통신비 보다 많은 요금을 고객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이 손해 보는 짓을 할까요?  


제로 레이팅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제로 레이팅이 통신사의 요금인하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제로레이팅을 검토할 거라면, 통신 요금 인하와 함께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디지털 생활비(Cost of Digital Living)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통신비에는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 그리고 우편서비스의 3개 항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통신서비스만 보자면, 초기에는 유무선 통신 서비스, 인터넷 서비스가 포함되구요, 사용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IPTV나 음악,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가 요금제들은 디폴트로 컨텐츠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별도의 사업자들로부터 음악이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멜론이나 푹(pooq) 같은 서비스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레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구매하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앱 내에서 구매하는 아이템 등도 통신비와는 별도로 발생하는 비용이 될 것입니다. 


이뿐이 아니죠. 음악이나 동영상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해서 영어나 중국어 같은 외국어 학습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구요 다이어트나 피트니스 등과 같은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서비스들이 통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그렇다고 통신 서비스 범주에 포함시키기에도 애매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통신비 개념을 대체할 새로운 지표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저는 그 지표로 디지털 생활비(Cost of Digital Living) 혹은 디지털 생계비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용어는 2014년에 뉴욕타임즈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이 용어에 대한 구체적의 정의도 없고 논의도 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디지털 생활비를 통신비(통신서비스 및 통시장비)뿐만 아니라 미디어 서비스 이용료, 어플리케이션 이용료(구매 및 앱내 구매)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물론, 광의적으로는 어학 교육이나 건강관리 서비스처럼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서비스 비용도 포함시킬 수 있으며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렌탈비도 이에 포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디지털 생활비를 강조하는 이유는 사물인터넷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디지털 생활비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통신사들은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구요, 앞서 언급한 스마트 정수기나 기타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렌탈 서비스 이용료, 그리고 커넥티드 디바이스 기반의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들도 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서로 연결되고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에게서 더 많은 비용을 받아낼 구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구요. 따라서 소비자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O4O, online-for-Offli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