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고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나는 사물인터넷에 관심이 많다. 원래 사물인터넷과 관련해서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지그비 같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쪽에서 시작했지만, 요즘 관심을 두는 분야는 비즈니스 모델과 보안쪽이다. 어떤 개념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이와 관련된 모든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 관점의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분야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 관점의 IoT 보안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 하시는 분들은 커넥티드 디바이스는 잘 만드는데, 비싸게 만들고 팔 줄을 모른다. 반면,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은 너무 소설만 쓰고 말만하면 뭔가가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안다.
아무튼 사물인터넷 개념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쪽에 관심을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마존이라는 기업을 바라보게 되었다. 실제로, 현재 전세계에서 사물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아마존을 꼽는다. 이번에 공저로 쓴 책에서도 스마트홈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으로 아마존을 지목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사물인터넷 개념을 활용하는 분야는 굉장히 다양하다. 대시 버튼이나 에코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 등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댁내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키(Amazon Key)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QR코드 시스템과 스마트 도어락, 클라우드 캠을 이용한다. 또한, 아마존 고(Amazon Go)라는 생필품 매장에서는 수백 대의 카메라와 컴퓨터 비전 기술, 센싱 기술 등을 이용하고 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서비스에 어떤 기술이 적용되었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서비스에 어떤 기술들이 적용되었는지를 일일이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알아봐짜 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서비스를 만들었냐고, 그 서비스에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기술들을 썼는지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존고.. 언론이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흔히 무인매장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아마존고가 왜 무인매장이지?? 아마존 고에는 여러 직원들이 있는데.. 물론, 쉽게 설명을 하려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아마존고는 무인 매장이 아니다.
아마존은 아마존고를 Cashierless Store, 즉 계산원이 없는 매장이라고 표현한다. 계산원이 없다는 것은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계산을 하는 물리적인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 고 소개 동영상에서 나오는 "No Line. No Checkouts."인 것이다. 물론, 매장을 나가는 순간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존 고에는 사실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존재한다. 매장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3명에서 6명 정도가 동시에 근무를 한다고 한다. 2교대로 근무를 하기 때문에 매장당 보통 9~12명 정도의 직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직원들은 주류 코너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샌드위치 코너에서 샌드위치를 제조하고 진열대에 부족한 상품을 채워넣는 일을 한다. 그리고, 매장 이용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매장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에는 줄을 세우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편의점보다 더 많은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물론, 지금 이들이 하는 일도 자동화나 무인화를 할 수 있다면 완전히 무인 매장이 되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아마존고는 계산원이 없는 매장일 뿐이지 무인매장(unattended store)은 아닌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더 신경써서 봐야 할 것은 이렇게 많은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아마존고가 수익성이 있느냐 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마존고는 일반 편의점과는 달리 철저히 통계를 바탕으로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수익성은 애플 스토어 수준으로 좋다고 한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아마존고 매장 앞에는 입장을 위해 항상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고객들로 하여금 줄을 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아마존의 목표는 엉뚱한 곳에서 무너지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