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 여행자 Jun 28. 2021

자존감 낮은 사람의 브런치 작가 되기

feat. 소중한 남편과 아들

 나는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 40년 가까이 살면서 

줄곧 '나는 자신감은 충분한데 자존감이 낮아'라

생각 해왔다.


 내 자존감이 낮다면, 왜 그럴까?


 태생부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엄마

에게 하도 비난을 들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 스스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걸까.


 아무튼 어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소심한 구석이

있어서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누가 나보고 말을 잘한다고 해도 '그런가? 나보다

하는 사람이 천지 빛깔일 텐데' 하고.


  남자가 고백을 해도 '나를 왜 좋아하지? 눈이 커서?

애교가 있어 보여서? 다른 여자 찔러봤다가 거절 당하

니까 나도 한번 찔러본 건가? 잠깐 좋아하는 척하다가

금방 나한테 질리겠지?' 하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칭찬을 해주면 '진심인가? 누구한테나

해주는 말이겠지' 하고 의심을 사서 하는 성격이었다.




 

 내 인생을 논하자면, 별거 없는데 갖은 고난 앞에

질겨지고 억새기만 한 잡초 같은 인생이었달까.

 

 적어도 결혼 전까지는 악몽같이 느껴지는 가정환경

에서 자랐고 그런 분위기에 억눌려서 죽지 못해 살고,

죽는 게 무섭고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온 것만 같다.


 내 인생을 타인에게 저당 잡혀 제대로 살지 못했고

명확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기에 괴로웠다.

 

 어쩌면 무기력하고 영혼이 반쯤 떠나버린 듯한

나 자신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느라 인생의 반을 써버린 것일지도......



 

 지금도 삶의 의미를 찾는 중이고 무기력을 느끼는 

들이 있다. 그런 와중에 브런치에 도전했다.

 

 첫 번째 도전은 보기 좋게 탈락이었다. 큰 기대는 안

에 허탈감이 그리 크진 않았다.

'역시 이런 글 따위로 작가라는 건 무리였겠지' 하고

인정  버리니 마음이 편했다.


 몇 달이 흘러 갑자기 브런치 작가에 재도전해야 한다

결심이 섰고 그렇게 두 번째로 도전했다.

첫 번째 도전 때와 다르게 답변 메일이 늦게 온다고

생각했다. '거절하려면 그냥 빨리 해주지'


 '이번에도 심사 탈락는 건가' 하고 애써 마음을 가라

히고 있었는데 메일을 열어 본 순간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는 제목을 발견하고 두 눈이 커졌다.

 

 내가 두 번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다니, 나 같은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 주시다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 자존감 살짝 높여도 되나 싶다. 브런치 작가가 되

었다는 건 글을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부여 받

은 거니까.


 설마 '당신의 글은 가독성도 꽝이고 여러 가지로 엉망

인데 그냥 불쌍해서 뽑아주겠습니다' 하고 통과시켜

 아닐 테니. 아니겠죠....?


 하, 그런데 또 의심병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 글이 혹시 소위 말하는 똥글이면 어쩌지? 하는....

 뭘 어째, 만약 형편없다고 해도 작가라는 자격을

부여받았는데 써야지.


 쓰자, 일단 쓰는 게 나를 작가로 불러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 테니.

어쩐지 나는 조금 뻔뻔해졌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독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