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나쁜 엄마들이 존재한다. 엄마라는 단어가 붙었을 뿐 나쁜 사람과 별 다를 것 없다. 자식에게 못돼게 굴고 상처 주면 나쁜 엄마지, 특별할 게 없다.
자식에게 온갖 상처와 씻지 못할 후유증을 안겨주는 그녀들은 정작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줄 모른다.
자식에게 화풀이하는 그 순간의 흉포한 모습도 아마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엄마가 악을 쓸 때 얼굴에 거울을 들이미는 상상도 해봤다)
엄마와 3년간 의절하고 몸과 마음이 무기력에 잠식 당해 나 자신과 싸우고 있을 때, 살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엄마에 대한 증오와 원망, 적개심 같은 감정들이 한데 뒤섞여 폐기물 쓰레기가 되어 나를 뒤덮고 있는 걸 깨달았다. 그 오물들을 걷어 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네(감정)가 아무리 날뛰며 날 집어삼키려 해도 나는 절대 너에게 잡아먹히지 않겠다. 강해지고독해질 거야. 날 쉽게 쓰러뜨리진 못 할 거야'
악을 물리치는 주문을 걸듯 마음을 다잡으며 펼쳐 든 책은 일본의 심리 상담가 '다카하시 리에'가 지은 책이었다.
제목은 '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으로 마법의 주문처럼 근사했다.
아마 일본에도 나처럼 엄마에게 상처 받고 쓰라린 마음을 어쩌지 못해 겨우 버티며 살아가는 딸들이 많은 모양이다.
다카하시 리에는 엄마가 주는 상처를 독사과로 표현했다. 그리고 엄마의 저주를 풀라고 조언한다.
딸에게 독사과를 먹이고 저주를 퍼붓는 나쁜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뭐든 자기 뜻대로 하고 싶어 한다. 무조건 자기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폭언을 퍼붓는다. 강박관념이 강하다. 나의 기분에 무관심하다.
저자 다카하시 리에,
- '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 중에서 -
마치 상담사가 나의 엄마를 만나고 책을 쓴 것처럼 책에서 나열한 '나쁜 엄마'는 우리 엄마와 쌍둥이처럼 닮아있었다. 엄마도 뭐든지 자기 뜻을 고집했고 마음대로 안되면 온갖 짜증에 잔소리에 화를 폭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