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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밍 Aug 15. 2021

막대사탕, 네가 잘못했네.

-아이들 눈에 띄지 말아라

작년에 처음 ㅇ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만났을 때, 아이들은 싱그러움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 기억은 나에게 너무 기분 좋게 각인되어 1학년 아이들을 볼 때마다, 특히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을 때마다 그 싱그러움을 머금은 빗방울이 생각나곤 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1학년은 이 싱그러움으로만 표현될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학습 외의 돌발상황이 나를 당황케 하는 날이 많아졌다.  


정원은 수업시간에 입에다 사탕을 넣고 우물거리는 일이 잦았다. 매번 주의를 주었는데도 내가 눈치채지 못해 성공한 날이 있었는지 선생님이 모르면 그만이라는 듯 마스크 안에서 우물거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막대사탕이었다. 정원, 그 막대사탕을 마스크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니?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불쑥 삐져나온 막대기. 누가 봐도 사탕을 물고 있지 않은가. 


"정원, 수업시간에 사탕 먹을 수 없어요. 가져오지 마세요." 


사탕 실랑이가 계속될 것 같아 아예 교실에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는 정원의 막대사탕이 며칠 전부터 마음에 걸려있었다. 


한국어교실은 도서관 안에 위치한 시청각실에서 이루어졌는데, 도서관은 코로나로 인하여 요일별로 오픈 시간이 달랐다. 그래서 수업 초기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대여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학교 수업이 전면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도서관은 아예 문을 닫았다. 내가 신경이 쓰이는 것은, 도서관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 선물로 주고 있는 막대사탕이었다.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대출 데스크 위에 아이들을 유혹하듯 한아름 놓여있었다. 도서관이 문을 닫았으니 당연히 그 상태에서 방치되었을 텐데, 한국어교실 아이들 외에는 오가는 이 없을 이 도서관의 그 막대사탕이 내 눈에는 문을 열 때마다 조금씩 줄어든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리고 정원은 계속 막대사탕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내 의심만으로 따지듯 물어볼 수는 없어서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모두 화장실에 간 뒤, 그날은 나도 화장실에 가야겠다 싶어 교실 문을 나섰을 때였다. 도서관 대출 데스크 위 막대사탕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정원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아, 정원!!"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릿속 회로가 잠시 멈췄다. 게다가 정원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장 어려운 학생이다. 


"정원, 하지 않아요. 옳지 않은 행동이에요. 정원 것이 아니에요. 도서관 거예요. 손대지 않아요. 나쁜 일입니다."


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정원은 고개를 숙이며 슬픈 표정으로 "죄송합니다,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구구절절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 후 며칠간 데스크 위의 사탕은 더 이상 줄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이 계속 신경이 쓰여 어느 날은 아예 보이지 않도록 데스크 밑에 밀어 넣어버렸다. 


견물생심. 그 마음에 정원이 다시 유혹되지 않도록. 


정원에게는 사탕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고, 사탕 선물은 내가 가끔 준비했다. 

나는 칭찬 스티커를 활용하거나 모둠별로 활동을 하고 1등을 한 친구들에게만 선물을 주는 것을 지양한다. 적절히 잘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는데, 나는 그걸 못하겠다. 적어도 내 수업에는 경쟁으로 인한 승리자의 칭찬 선물은 없었으면 좋겠다. 게임을 하거나 활동을 재미있게 열심히 한 후에는 사탕이나 젤리 등을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똑같이 나눠주고 먹으면서 하교하도록 했다. 내가 이겼는데 왜 선물이 똑같냐고 물어보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은 정말 작은 사탕 하나인데도 너무너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간다. 세상에 더 달콤한 것은 없다는 듯이. 


[커버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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