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살며 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제이 Jul 11. 2015

떠나는 이와 남겨지는 이

그렇게 나는 그들을 떠나보내고, 그들은 이곳을 떠난다  

유학으로 시작했다가 시작된 이민생활은 늘 떠나보내기의 연속이다. 


함께 공부했던 대부분의 친구들은 졸업 혹은 이런 저런 이유로 니 곳을 떠났다. 그리고, 아직 이곳에 있더라도, 언젠가 떠날 것을 예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곳에 정착하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나이를 더 먹으면/ 아이들이 다 크면, 이 곳을 떠나겠노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은연중에 나 역시도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는 것을 마음먹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대개, 눈부신 여름날에 떠난다. 

봄학기를 마치고 졸업식을 하고, 이삿짐을 싸고, 떠날 비행기를 예약하고, 그리고 나면 1-2주 후, 아니 하루이틀 후에 떠난다는 사람과, 나는 가까스로 약속을 잡아 떠나보낼 기회를 얻었다. 십오년 전에 유학을 왔으니, 그 이후로 매해 여름은 작별 인사다. 


떠나는 이들은 대개, 몇 년간 지내온 이 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섭섭함을 한편에 안고, 새롭게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보이며, 종종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이렇게 떠나 버리면, 이곳은 과거가 되어, 생각 날 때 한번씩 들춰보는 곳이 될 뿐이라는 것을. 그들의 과거에서 나는 또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떠나보내는 일, 혹은 남겨지는 일은 여러 해가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올 여름에도 나는 몇 명의 지인들과 이별을 했다. 다른 주에 직장을 잡아 떠나는 친구와는 집에서 점심을 한끼 차려 대접했고, 졸업을 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다른 친구와는 시간이 촉박하여 차 한잔을 나누었다. 그 밥 한끼, 차 한잔으로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고, 헤어질 무렵 꼭 안아주며 인사할 때에는 코 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많이들 다시 만날일을 기약하지만, 대개 그런 이별 후에 한번도 다시 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그렇게 나는 그들을 떠나보내고, 그들은 이곳을 떠난다. 

또 십년이 더 지나면, 떠나보내는 일에 좀 더 무뎌질수 있을까. 




덧. 그렇다 하더라도 떠나지 않는 사람이기에 기억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곳의 기억이 희미해질만큼 오랜시간이 지났더라도 영화에서 문득 나오는 이곳 지명에 아직 내가 여기 살고 있을까 떠올리기도 하고, 한겨울 미 중북부의 한파가 밀려왔다는 두리뭉실한 뉴스를 보다가도 그곳 어디쯤 사는 내가 잘 지내고 있을지 염려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남쪽해안을 휩쓸어 큰 피해를 내었다는 허리케인 소식에도 미국 어딘가에 산다는 내 안부를 한번쯤 떠올린다고 한다. 감사할 따름이다. 누군가에게 이곳은 추억이지만, 그들에게 떠오른 이곳 어딘가엔 내가 있을테니 말이다. 


Photo by Patrick Tomasso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