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게 자리를 내어준 나의 가슴
내 가슴엔 늘 애정, 연민, 사랑과 같은 감정이 가득했다.
그 감정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있었다.
그 감정에 부대끼면서 힘든 날도 없진 않았지만, 대개 난 그 감정들 속에서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 사람들로 퍼즐을 맞추어가며, 내 모습또한 찾아갔었다.
그래서일까.
그 감정이 조금이라도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할때에는,
견딜수 없이 허전하고, 또 비어 있는 것 같아 낯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외로웠고' '그리웠고' 그리고 '쓸쓸했다'.
이러한 감정들은 나에게 낯설었기에,
이런 감정이 나를 감싸면 곧잘 예민하게 굴었다.
내 사람들의 그렇고 그런 얘기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했고,
내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에도 예민하게 굴었음을 고백한다.
이런 저런 감정이 차오르고 또 소비되던 내 가슴은 어느새 구멍이 숭숭 뚤려버렸다.
그리고 이젠 그 구멍들이 다시 예전처럼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내가 다시 예전 감정으로 예전 나의 사람들을 찾을수도 없을 뿐더러,
다시 예전 그곳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해도,
그 구멍들은 앞으로도 내 몸에 항상 지니고 함께 살아가야 할 것들임을 깨닫는다.
이제 그 구멍을 가득채울만큼의 감정이 집중되지도 만들어지지도 않고,
때로는 예전만큼의 과한 감정과 꽉찬 관계들이 오히려 편치 않다.
이렇게 십 몇년을 지내면서,
나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많은 다른 종류의 강렬한 감정들을 대체하는 방법을 터득해 온것 같다.
그리움이 사그라지고 그 많던 감정들이 다시금 고개를 들자,
난 내가 한발짝 뒤로 물러서고 있음을 알아챘다.
과하고 넘치고 풍만했던 그 많은 감정들을, 예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다.
이렇게 한발짝 뒤에서 감정을 연소시키는 방법을,
그 감정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쓰는 내가,
이제는 더 나답고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진다.
세월 때문일까.
하긴.. 20대 그때의 나는,
'쓸쓸하고,' '그립고,' '외로운' 감정과 편안하게 소통하게 될 날이 올것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나에겐, 그 어떤 감정보다,
내 가슴에 조금의 빈자리를 배려해주는
'그리움'이 나에게 맞는 옷처럼 느껴진다.
Photo by Rhendi Rukmana from Up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