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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Dec 01. 2020

미리보내는 인사  

달력을 새로 넘긴다. 12월 1일이다. 유난히 지루하다고 느끼며 더디가던 한해였고 아무것도 한게 없이 흘러만 간것 같아 속상하던 한 해였지만,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내 마음속에서나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릿느릿 흘렀지 실은 꼬박꼬박 하루하루가 채워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아직 멀었지만, 지난주에 벌써 준비해둔 카드 꾸러미를 꺼내두었다. 이번주에에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몇몇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쓸 생각이다. 국제 우편이라고 해도 오래 걸려도 일주일이면 가지만 연말이면 그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게 또 국제우편이다. 내 카드나 소포가 태평양 어디쯤에 있는지 시간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으면 애가 타는것은 늘 보낸 사람인것을 알기때문에, 한국을 떠나 살고부터는 나도 모르게 최대한 시간여유를 많이 두게 된다. 이번주에 카드를 쓰면, 주말 전에 우체국에가서 부칠 생각이다. 크리스마스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카드를 쓰는 일이나 이른 카드를 받을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일은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익숙치가 않다. 그렇더라도 "보고싶은" 으로 시작하는 카드의 첫머리를 시작한다.  


실시간 메시지에 영상과 사진까지 버튼하나면 오갈수 있는 세상에, 카드를 사서 손글씨를 쓰고 봉투에 주소를 써서 보내는 일은 내가 생각해도 구닥다리 같은 일이다. 그렇지만, 늘 해마다 12월이 시작되면 하던 일이라서 그런지, 카드를 쓰지 않는 일은 나에겐 오히려 더 이상하다. 문자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써서 전송버튼을 누루는 일은 고작 몇초면 되고, 이메일을 보낸다고 해도 몇분이 채 걸리지 않아, 비행기를 열시간 이상 타야 닿을수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눌수 있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크리스마스 전날이나 당일에 보낼수도 있으니 괜히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가 오기 한참전부터쓰는 카드 덕을 제일 많이 보는 사람은 어쩌면 나인것 같다. 항상 갖가지 일들로 부산스러운 연말에 촉박하게 시간에 쫓겨 의무감으로 메세지를 보내는 대신, 적어도 "보고싶은" 으로 시작하며 천천히 써내려가는 카드를 쓰는 동안은 카드를 받을 사람을,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여유롭게 돌아볼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를 쓰는 동안 적어도 그 사람을 몇번은 떠올리고, 잠시 멈추고 하고 싶던 말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내 진심이 가 닿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특별하고 유별난 글을 써보내는 것도 아니다.  머리를 굴리고 펜을 굴려보다가 결국은 “즐거운 성탄절 보내고 새해에는 복 많이 …”라는 지루한 문장보다 더 좋은 말을 찾기가 어려움을 깨닫는다. 그렇더라도 같은 지루한 문장이더라도 아직도 한참 남은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그들을 여러번 자주 떠올리고 천천히 정성들여 기도해줄수 있다는 것은, 몇해동안 해온 습관으로 알수 있다. 그들의 행복을 바라면서 느끼게 되는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덕분에, 해매다 아주 한참 전에 카드를 쓰고 설레어 하며 부치고 돌아온다. 




커버이미지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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