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야 나도 엘레강스한 엄마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에도 몇번씩 소리도 치고, 혼도 내고, 화도 낸다. 그때마다 내 얼굴을 거울로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무섭게 일그러져 있거나 때로는 무표정하거나, 어쨋든 미소 살짝 머금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아이들과 하하호호 - 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아는 언니가 그런 얘길 했었다. 첫째가 4살 둘째가 1살일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아이들은 너무 천사처럼 예쁜데, 사진마다 뾰루퉁하거나 무표정하거나 짜증을 내고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을 가득담은 여자가 늘 같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자기였다고. 지금와서 생각해도 그때 정말 힘이 들었다는건 사실이지만, 그때 예쁜 아이들 사진을 본인이 다 망쳐놓은것 같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되도록 아이들 사진을 찍을땐 프레임속에 아주 조금이라도 내 얼굴을 넣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미치면 난 내 어린시절과 내 엄마를 다시 떠올려본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 동생과 함께 집에서 지내던 시간들, 아마도 우리 큰아이가 만 네살이 아직 안되었으니, 지금 우리 큰 아이보다는 조금 더 컸을 때의 기억인것 같다. 우리 남매는 뭐 대단한 말썽꾸러기는 아니었다고 생각되나, 그렇다고 세상에 쉬운 육아가 어디있겠는가. 상대적으로 조금 수월하거나 조금 더 손이 가거나 할뿐, 기본적으로 아이들 육아는 그 누구에게나 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내가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주로 집에서 나와 내 남동생 육아를 전담했다. (그 시절 아빠들은 너무 바빴다) 그런데 지금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면, 엄마와 함께 노래하던 시간, 엄마의 웃는 얼굴이 제일 많이 떠오른다. (심지어 가곡을 좋아하던 엄마의 영향을 받아, 한국 가곡 백선을 함께 부르던 기억이. 초등학생이 "비목"을 감정잡고 부르던 ... ㅋㅋㅋ)별것도 아닌 놀이를 하면서도 엄마와 함께라서 즐거워 했던 기억, 동생이 엄마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동생을 안고 업고 집안일을 하던 모습, 그러면서도 그 모습이 우습다고 모두 함께 깔깔 거리던 모습, 그 와중에도 이것저것 맛있는 먹거리들이 항상 식탁에 오르던 생각, 동네 시장에 함께 다니던 생각,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서 지하철역에 마중가던 기억. 그런데 분명한건 그 속의 엄마는 늘 웃는 엄마였다. 목소리도 크고 활달한 엄마는 늘 발랄하고 신나고 즐거운 엄마였다. 그래서 일까, 그시절 사진을 꺼내 봐도, 엄마는 늘 예쁘다.
언젠가 엄마에게 물었다. 그 시절 엄마는 힘들지 않았냐고. 엄마가 대답했다. 어떻게 안힘드냐고, 다 힘들고, 다 비슷하게 그렇게 애들 키우면서 살아왔지. 그러면서, 내가 힘들지 않아했던 명랑했던 엄마로 기억하니 다행이라고. 분명히 그 시간들 속에서 엄마도 힘들었겠지만, 지금 내가 그러는 것 처럼 최대한 아이들에게 웃는 모습으로 있으려고 애썼을 것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우리 애들도 나중에 어린시절을 회고할때, 엘레강스는 아니더라도 화난 엄마가 아닌 웃는 엄마로 날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