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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15. 2020

이상한 개학

온라인 러닝 첫주

3월 둘째 주 금요일로 오후로 기억한다. 


아이들 봄방학 마지막날 이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IKEA를 갔다가,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중국음식점에 들어갔다. 

식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생중계되었는데,

그 날 이후로, 

내가 살고 있는 주(State)의 모든 학교, 쇼핑몰,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멍하니 티비를 보면서 먹던 중국음식이,

우리가족이 그 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하지못한 외식이 될줄은 몰랐다. 


그날로부터, 

더 정확히는 한주 전 봄방학시작날 부터, 

봄학기가 마칠때까지 아이들은 하루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9월을 전후로 아이들 개학시즌이 다가왔다. 


아이들을 격일로라도 학교에 보낼것인지 집에 데리고 있을지

개학하기 이주일 전까지 결정해야 했는데, 

답도 없는 고민을 머리 터지게 하다가 

결국, 가을학기 동안은 100% 온라인러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고, 동네마다 사정이 다르니,

다들 어느정도의 불확실성을 안고, 

각자의 결정을 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할 뿐이었다. 


어쨋든 개학을 했다. 


프리스쿨만 다니다가 올해 드디어 "진짜" 학교에 간다며 좋아하던 둘째는, 

학교에 안가서 집에서 공부한다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어른들이 너무 겁을 준 탓인지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이 제법컸다. 

학교도,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부모들도, 

모두 만반의 준비와 계획을 짜고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시작한 새학년 새학기. 


하루에도 스무개씩 날라오는 주정부, 교육청, 학교, 담임선생님 이메일들,

매일매일 루틴을 짜야한다, 애들과 부모 정신건강을 챙겨야 한다, 

온라인 러닝 성공하는 7가지 팁, 하버드대에서 연구한 홈스쿨링의 비법 등등 … 

과잉된 정보는 소음으로 다가왔지만,

몇가지 정보를 토대로 우리 가족의 루틴을 만들고 계획을 짜야했다. 


우선, 

최대한 학교로 비슷하게 해보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기 전에 

옷갈아입고 세수하고 머리도 빗으라고 했고,

아침을 먹고나서는 스쿨버스 타러 가는 기분으로

아빠랑 동네를 15분정도 걷고 오게 했다.


점심메뉴는 일주일분을 미리 짜서 스케줄표에 넣어줬고,

햄샌드위치, 치킨너겟, 샐러드, 에그샐러드, 핏자, 핫도그 등 

영양가는 별로 없더라도 학교메뉴 비슷하게, 빨리 준비할수 있는 것으로 정했다.

되도록 점심은 아침에 미리 만들어 식탁에 두면, 

점심시간에 내려와서 알아서 챙겨먹기가 손쉬웠다. 


온라인 아침조회가 9:15에 시작하는데,

각자 방으로 들어갈때에는 물병과 스낵을 챙겨서 올라가게 했고,

쉬는 시간에는 무조건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공부하는 공간과 노는 공간은 분리하는게 아무래도 좋을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나면, 학교에서 보통 놀이터에서 노는데,

오후 수업시작하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고 오라고 했다.

재미있는게, 동네에 우리처럼 온라인 수업하는 애들이나, 격일제로 학교를 안가는 애들도

대충 비슷하게 그 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오길래,

그 애들과 함께 자전거를 탈수 있었다. 


오후에 마지막 원격수업을 마치고, 숙제하고, 오후 간식을 먹고 나면, 

학교에 간 애들이 돌아오는 스쿨버스가 동네에 도착한다.

그럼 그때부터 우리처럼 온라인 애들 + 학교에 다녀온 애들 + 격일제로 학교에 안간애들이

다 모여서 노는데, 동네네서는 대부분 밖에서 마스크 없이 논다. 

방학 내내 같이 놀던 애들이니 놀지말라고 할수 없고,

또 막상 같이 놀지 못하게 하면, 마땅히 시킬수 있는 과외활동도 없어서 그냥 두는데,

이렇게 같이 놀면 학교에 가는 애들, 안가는 애들 무슨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다.


어쨋든 이렇게 다사다난하고 결연했던 온라인 러닝 첫주를 보냈다.


컴퓨터 앞에 아이패드 앞에 앉아서, 나름 집중해서 선생님말씀 들으려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만 한데, 

그래도 애들은 학교가 시작하니까 좋다고 한다. 

온라인 수업 전반에 대해서 크고 작은 불만들이야 없을수가 없지만,

불만이 조금 있다 하더라도,

원격수업하랴, 애들 과제 만들랴, 과제 낸거 개별적으로 다 코멘트하랴 

정말 수고가 끝도 없으신 선생님들 생각하면 다 참아진다.


두 녀석 방 사이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엄마! 부를때 마다 들락날락 거리면서 기술적인 문제들이나 준비물들 해결해주려니,

애들 수업시간 내내 나도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자꾸 흐름이 끊기니, 책 몇장도 읽기가 쉽지 않지만,

아이들이 어떤걸 배우는지 선생님 말씀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가까이서 보니,

그저 어림직작햇던 애들의 학교생활을 좀더 잘 알게되는것 같다. 


그렇더라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두녀석 학교 끝나고 집에와서 서로 만나면,

하루 종일 못봤다고 얼마나 애틋한지,

서로 달려와서 부둥켜안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못보는게 

그게 좀 아쉽다. 


쪼르륵 앞에 앉혀서 오후 간식 먹을때, 

오늘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고, 누가 어땟고, 

선생님이 뭐라고 했고, 점심은 맛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쉬지도 않고 종알종알 얘기하고 떠들던,

그 시간도 좀 아쉽다. 


애들에게 엄마는 이런게 좀 아쉽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오히려,

쉬는 시간마다 엄마한테와서 허그할수 있어서 좋고, 

매일매일 엄마아빠 모두 같이 점심을 맨날 함께 먹어서 좋단다.


그러네, 얘기 들어보니 좋은점도 많네^^ 


우리만이 아니라, 이 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모든 이상한시절을 견녀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땐 그랬다면서 웃고 얘기할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아침에 가방과 도시락 들고, 

노란스쿨버스타고 바이바이 손 흔들면서 학교 가는 아이들 배웅해주고 싶고, 

버스에서 내려서 나에게로 달려오는 아이들 꼭 안아주고 싶다. 

버스에서 집에 오는길부터 종알종알 쉬지 않는 얘기들

다 들어주면서 놀란 표정도 짓고 궁금한 표정도 짓고 싶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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