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이번달로 46개월, 곧 만 네살이 된다. 많이 컸다면 큰 나이고, 아직 아기라면 아기인 나이.
갓 8개월이 된 동생을 본 이후로, 우리 가족은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이 네살먹은 아이를 아주 큰 어른마냥 대하게 되었다. 혼자서 옷도 입고, 혼자서 화장실도 가고, 밥도 가만히 앉아서 혼자 먹고, 혼자 놀기도 하고. 뭐 여기까지는 스스로도 하고 싶어 하는 일이긴 한데, 24시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동생 덕분에, 첫째아이에게 더욱 큰 아이로서의 짐을 지우게 된다. 아기를 재울동안에는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놀아야 하고, 큰 아이를 재우다가도 작은아이가 깨서 울면 언제까지든 엄마를 잠자코 기다려야 했다. 원래 다소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라, 엄마와 떨어져서도 잘 지내고, 어릴때부터 데이케어를 다닌터라 혼자서 하는 일에 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냥 우리 큰 아이는, 우리의 바램대로 정말 '큰' 아이처럼 자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큰아이와 두달 차이인 친구가 있다. 같은 성당에 다니는데, 그 애는 그 집의 막내이다. 한번은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데, 우리 아이는 계속 혼자서 앉았다 섰다 안아달라는 소리 한번 없이 미사를 보는 내내 그렇게 있었는데, 저편으로 보이는 그 친구는 엄마 아빠가 번갈아 계속 안고 있었다. 그 애를 보고 있자니, 보채는 둘째를 손에 앉고 있던 나는, 물끄러미 서있던 큰 아이가 조금 안쓰러웠다. 아니, 어쩌면 큰 아이는 벌써 몇 십분 전부터 나도 안아달라고 말을 했을지도 눈빛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저 나에게 그 말이 그 눈빛이 닿지 못했을뿐. 저기 있는 저 친구처럼 우리 애도 아직 애기인데, 내가 너무 큰 아이 취급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순서는 마음대로 하는것도 아닌데, 큰애라고 너무 어릴때부터 어른스럽게 굴도록 내가 과하게 강조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 역시 집에서 맏이라서, 동생에게 양보해야했던 엄마품이 어려서는 참 야속하고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긴것까지 우리 큰애와 비슷하다.
오늘은 목요일, 남편과의 스케줄 조율로 인해서, 오전 반나절이지만 내가 쓸수 있는 자유시간이 있는 날이다. 보통은 혼자 커피숍이나 도서관에 가서 밀린일을 하며 보내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의 자유시간은 기꺼이 우리 큰 아이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그녀의 엄마로, 큰 아이와 손을 잡고 걷고 이야기 하고, 엄마 친구와 함께 브런치도 먹고 그렇게 보냈다. 세시간 좀 안되는 외출이었지만, 큰애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서로 지쳐서, 아이는 아이대로 '언니'가 되어야만 하는 스트레스를, 나는 나대로 두 아이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던중, 아이와 둘만의 외출은 서로에게 제법 찐한 위로를 나누어 준듯 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언니를 보고 환하게 웃는 동생을 향해 달려가 꼭 안아주는 아이를 보며, 남편과 눈을 찡긋찡긋 하며 눈빛 교환.
큰 애만을 위한 엄마. 가끔 그런 엄마가 되어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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