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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May 25. 2016

당신과 나의 가장 좋은날

 

육아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남편의 뜬금없는 “난 육아가 적성에 안맞는것 같아” 라는 말에 든 생각이다. 정말, 육아가 적성에 딱 맞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는 사람이라고 육아가 적성에 맞아 그런걸까. 다 그냥 해야 하니까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면서 허둥지둥 그렇게 하는것 아닐까. 그러다가 시행착오도 하고, 애들 때문에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지나가면, 그 시간이 언제 그렇게 빨리 흘렀나 그런 생각들을 하는거 아닌가.


그래도 나에게 육아란, 공부보다는 빠른 리워드를 주었다. 하루에 한 장 읽는 다고, 한 장 써지는게 아닌 공부보다는, 이유식 열심히 해서 먹이면 살이 오르고, 밤새 물수건에 보리차 먹이며 간호를 하면 열이 내리고, 뭐 이렇게 인풋과 아웃풋이 정확한 육아를 통해서는 나름 보상을 받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인풋과 아웃풋은 예측불가능해졌다. 종잡을수 없는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허덕이는 체력.


출근한 남편이 “언젠가는 다 지나가고 좋은 날이 오겠지, 오늘도 수고해” 란 문자를 보냈다.

나는 아침먹고 있는 아이 사진을 한장과 함께,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좋은 날이 지금일지도 몰라” 라고 했다.  남편이 “에이 설마 …” 했지만,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힘들다 어렵다 괴롭다 하지만, 그래도 얘네들 덕분에 바보같게든 허탈하게든 웃는 일이 많다. 눈물 찔끔 하는일도 많고 고민하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하루의 더 많은 시간은 서로 얼굴 들여다 보고 웃고 떠들고 하는 일들이다. 오늘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지루해하는 동생에게, 큰애가 웃기는 소리와 행동으로 동생을 깔깔 거리게 하고, 그 소리에 큰애도 같이 웃고, 그리고 우리 부부도 내내 웃었다. 이 깔깔 거리는 소리, 그 소리가 귓전에 머무는 지금이, 아마도 우리 인생에 가장 좋은 날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점점 크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을 가고 집을 떠나고, 우리 두 사람만 집에 남게 되고, 우리가 언제 다시 이렇게 깔깔 거리며 웃는 소리를 들을 일이 있을까.


그냥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침부터 큰애 짜증을 받아내느라 지쳐있던 영혼이 좀 진정되었다. 그래, 오늘도 열심히,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이 오늘일지도 모르니까.




커버이미지 Photo by Cody  Ch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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