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제이 Jul 17. 2016

공공의 적

부부싸움의 흔한 엔딩 

48시간동안 계속되던 우리 부부의 냉전은, 

둘이서 함께 처단해야할 "공공의 적"이 출몰과 함께, 

유야무야 종식되었다.


이래도 저래도 열릴 기미가 없이 꾹 다문 내 입을 보고 

요리조리 생각을 하던 남편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략이었다. 

개념없이 이기적이고 앞 뒤 가리지 않는 어떤 "아는사람" 얘길 꺼내면서 시동을 걸던 남편은, 

슬슬 나 들으라고 투덜투덜거리면서

내 동조를 이끌어낸다.  


여기서 남편의 분개에 동조해주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머쓱해진 남편은 어쩌면 다음 단계의 전략을 펼치길 포기할지도 모르고,

난 어느 시점에 화를 풀어야 할지 모르게 되는 

서로 난처한 지경이 될수 있음을 알고있다. 


그래서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아는척, 

자존심때문에 여전히 조금은 건조한 목소리로,

나는 한마디씩 거들며 그이의 말에 동의를 보낸다.

그에 힘을 얻는 남편의 분기탱천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한편,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나 역시 점점 감정을 실으며, 얼굴이 벌게져라 함께 화를 낸다. 

"아니 뭐 그런 사람이 다있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진짜"

분노를 공유하고 화를 주고니 받거니 하며

우리 부부는 분노의 열기인지 동지의 열기인지 화기애애 모드로. 


부부의 냉전 종식을 위해 먹잇감이 된 그 개념없으신 "공공의 적"은 

그날 밤 우리 부부에게 무자비하게 밟혔고,

이렇게 이번 48시간동안의 우리의 부부싸움도 끝나 버렸다. 

허무하게 .... 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빨래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