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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03. 2020

빨래하기

집안일 중에 제일 하기 싫은 일이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잠시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나에게는 "빨래하기"이다.  


방마다 들러서 빨래바구니를 들고 세탁실에 가서, 

세탁물을 종류별로 골라내어, 

손빨래를 해야 하는 것들은 골라내어 세면대에 물을 담아 불려놓고,  

적어도 두번, 혹은 세번에 나누어 빨래를 세탁기에 돌린다.

세탁기가 다 돌고나면, 

건조기에 돌릴수 없는 것들은 탁탁 털어 옷걸이에 걸어 말리고, 

나머지 빨래는 건조기로 옮겨넣는다. 

건조기가 다 돌고 나면, 

순서를 기다리는 다음 배치의 빨래를 다시 건조기로 옮기고를 몇번 반복.

이게 간단한것 같아도 순서를 맞춰 잘 돌리지 않으면

한두시간 허송세월을 하게 될수도 있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된다. 


각 과정마다 시간이 드는 일이기에 

빨래 2-3 배치를 돌리는 것만해도 

오전시간이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건조된 빨래들은 다시 빨래통으로 집어 넣고 

구겨지지 않게 얼른 방으로 가져가서

침대에 몽땅 다 엎어놓고 

양말 짝을 열심히 찾아가며 

빨래를 개킨다. 

두세번 정도 세탁기를 돌려야 할 양, 

가족이 네식구인 집의 빨래는 

개키는 것만해도 꽤 시간이 드는 일이다.


혹자는 빨래를 갤때 티비를 켜놓고 드라마를 보며 한다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한다고 하는데 

나는 보통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서 꼬박 빨래를 갠다. 

그렇게 열중하면서 해야할일이 아니라는건 알지만,

그 시간을 마냥 늘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세상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일 중의 하나가 빨래를 개는 일이 아닐까?"

"빨래가 개켜서 나오는 세탁기는 언제쯤 발명될까?"

"빨래는 꼭 개켜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빨래는 어느정도 다 캐켜지고,

이제 개켜진 빨래를 

각방과 욕실등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서랍에 차곡차곡 줄세워 넣어야 한다. 


입었던 티셔츠를 빨래통에 토스해 넣은 순간부터 

서랍에 그 티셔츠가 다시 들어왔을때까지 

이 긴 시간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가족은 없는것 같고, 

그렇게 비워낸 빨래바구니가 곧 다시 채워지는데

고작 며칠도 걸리지 않는다는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고등학교때, 

내일 입고가야 된다는 청바지를 전날 밤 세탁통에 무심하게 툭 던지며, 

“엄마 이거 내일 아침에 입어야돼” 

라고 말한 사람이 나이니,

암소리 말고 이 빨래지옥을 감당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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