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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Jan 14. 2018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간 이리저리 늘어져왔던 십여년 전의 내 인간관계가 

순식간에 수축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당기고 당겨서 늘일만큼 늘여서, 

떠나올 때의 기억과는 조금 변질되고 왜곡되었을지언정, 

나의 한부분을 채우고 있는 파편으로 부여잡고 있었던 사람들과 기억들이었다. 

조금 변해도 관계 없다고 생각했다. 

나만 간직하면 그만이니까. 


생각해보면, 그 기억과 그 사람들은 나에게만 있었던 이기적인 것들이었다. 

나에게 사라졌던 그곳에서의 지난 12년의 시간들이었지, 

그 기억의 상대에게는 수도 없이 다른 그림들로 대체되었을 

시간이었을테니 말이다. 


고무줄 한쪽을 탕 하고 놓는것 처럼, 

그 끈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이제 다시 오그라들어서 제 모습을 찾은 기억을 바라보면서, 

나는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 좋았던 기억과 사람들의 다른 모습들이 떠올랐다. 

이젠 줄어든 그 고무줄을 서랍 깊숙히 넣고, 

그리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변하지 않았을 지언정, 

나는 수도 없이 변해버린 세상에 다시 떨어질테니까, 

내 기억과 추억을 꺼내는 일은 이제 여기서 그만두고

이제 현실을 찾아가야지. 


해서... 떠난 사람은 늘 옛생각을 부여잡고 살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돌아와서는, 

나와 그 기억의 끝이 다른 사람들을 확인하고는 혼돈에 빠질수 밖에 없다.


내가 틀리고 그들이 맞다. 

그것이 사실인데, 그동안 버티기 위해서 그 사실을 좀 유연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잔인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그리고 돌아갈곳은 돌아가야하고. 



Photo by Todd Trapan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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