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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14. 2018

지금 여기

내가 지금 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문득 “내가 지금 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할때가 가끔씩 있다. 


이런 생각은 감정적 동요에 따르는 과정은 아닌것 같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거나 잔뜩 흐려서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날보다는, 

햇살이 짱짱하고 하늘엔 빈틈없이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그런 맑고 좋은 날씨에 한번씩 드니까. 


낯선 나라, 낯선 도시,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이 동네에서 

난 지난 인생의 삼분의 일을 살았고, 

혼자 밟았던 이곳에서 가족을 만들었고, 

내 아이들은 어쩌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도시를 출생지로 갖게 되었는지, 

갑작스레 낯설고 이상하고 피식 웃음이 나오는 그럴때 말이다. 


얼마전에도 갑자기 그랬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다가 갑자기 올려다본 하늘이 비현실적으로 너무 파랗고 높고 예쁜데, 

갑자기 “아 지금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삶이 때론 너무 고요하고 정적이라 드는 생각 같기도 하다. 

어딘가에서 쉴새 없이 쳇바퀴가 굴러가듯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데, 

나만 잠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조그만 약병에 든 마법의 물약을 마시고, 

잠깐 다른 세상에서 외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Picture by Susan Emily O'Connor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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