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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Oct 02. 2019

잠시 먹먹한 부고

내가 스쳐지나간 수 많은 부고 

"누구?" 


내가 아는 이름이었던가 기억이 날듯 말듯했다. 

이름을 입에서 한 두어번 되뇌이다 보니, 

어렴풋하게 그 사람의 모습과 표정이 떠올랐고 

희미하게나마 목소리가 기억났다. 

여러번 함께 같이 밥을 먹지도 않았고, 

특별히 함께 했던 일이 떠오르지도 않는,

가끔 마주치면 서로 쑥스럽게 눈인사를 나누던, 

눈매가 순했던 후배였다. 


친구가 전해준, 그 후배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할말을 잃었다. 

기억나는 일도 많지 않고, 졸업한 이후 어떻게 지내는지도 몰랐다. 

"그랬구나, 그 애가" 라고 친구의 말을 되받았지만, 

무슨말을 이어갈지 몰라 "잠시" 먹먹했다. 

그리고 이렇게 "잠시" 먹먹한 부고라서 

그애에게 많이 미안하고 나는 더욱 쓸쓸했다. 


부고를 자주 접하게 되는 나이가 있다면 

아마 내가 그런 나이의 시작점 쯤에 있는것 같다.

한국을 떠나 살게 되면서

나는 내가 모르는 수 많은 부고를 못들었을테고,

일상에 바쁘다는 핑계로 들었던 부고를 곧 잊는 경우도 있었을테다. 

또 간간히 전화나 메세지로 들었던 부고에도,

그다지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인에게 함께 전달하라고 부탁하는 부의금은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들었을때 숨이 턱 막히는 부고도 있고,

마음이 아파 눈물이 글썽이는 부고도 있으며,

이렇게 잠시 먹먹한 부고도 있다. 


그 어떤 부고라 해도, 

그런 소식을 들은 날에는 

마음이 무겁고 쓸쓸하다. 

그 부고를 듣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없어서

안타까움은 더 크다. 

 

때로는 성함도 알지 못하는 내 친구의 어머니와 아버지,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초등학교 동창,

존경하던 선생님, 

그리고 친하게 지낸 사이는 아니더라도 순한 눈이 기억나는 같은과 후배를 위해 

오늘은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Photo by Aaron Burde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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