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가득했다가 햇볕이 잠시 지나갔다가,
변덕을 부리는 날씨에 나는 오히려 좀 더 안정을 찾는다.
내 마음은 이런 저런 부산스러운 일들로 소용돌이 치는데,
내 눈길이 닿는 하늘과 바깥세상이 너무 조용하고 평화롭다면
어쩐지 불공평하다는 불평을 했을지도 모른다.
날씨로 위로도 받고 날씨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는 날,
어쩌면 구름을, 하늘과 햇볕과 바람을 핑계삼아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통째로 맡기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날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싶고,
또 어떤 날은 휘몰아치는 방향도 알수 없는 바람에 마음을 실어,
어딘지도 모를 곳에 잠시 방황하다 돌아오고 싶은 마음도 크다.
늘 그자리에 떠오르지만 매일매일 다르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가끔,
"내가 깨어 있구나", "어제는 오늘과 다르구나", "난 또 내일을 살겠구나"
라고 중얼거릴때도 있다.
일상이 물결없이 마냥 잔잔한 호수 같아서는 아니다.
하루를 스물넷으로 나누어 한시간 씩 따로 떼어 생각해도
내가 해야할, 나를 둘러싼, 내가 책임져야 할 일과 사람은 빼곡히 많다.
그 사이사이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일도 넘친다.
그럼에도 그 사이사이 쓸데없는 생각거리로
안그래도 비좁은 머릿속을 채웠다 또 비웠다 한다.
못내 나선 산책길에서도 머릿속을 홀가분하게 비워내지 못하고,
걷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내 한숨을 더한다.
바닥에서 고개를 들어 열 걸음 쯤 앞을 보니,
약간 더 머릿속이 가볍긴 하다.
그걸로 됬다.
사람에게 휘둘리며 살고 싶지는 않지만,
살면서 가끔은 날씨에게는 휘둘려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어떤 날은 화창한 맑은 하늘에 속아 힘을 내자고 우스운 다짐을 하고,
또 다른 날은 비바람에 넋이 나가 나를 붙잡지 못하고,
눈이 조용하게 내리던 어떤 날에는 그리움이 짙어진다고 해도,
그래도 괜찮다.
그건 내 탓이 아니니까.
날씨 탓이니까.
덧. Photo by Mohnish Landg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