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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23. 2020

그 눈빛

그 눈빛을 품고 우리는 살아간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교문 앞에서 엄마를 찾는 눈빛 

공항 입국장 문앞에서서 가족을 기다리는 눈빛 

스쿨버스에 오르는 아이 뒷모습을 따라가는 눈빛 

조심조심 자전거 뒤를 좇는 눈빛 

학예회중인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내 아이를 찾아내는 눈빛 

돌아올수 없는 길을 떠난 부모님을 바라보는 눈빛 

우린 그 눈빛을 품고 살아간다. 


아이들은 어디서든지 나를 발견하면

앞뒤 제대로 둘러보지 않고

내 눈빛위에 그들의 눈빛을 얹고 달려온다.

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만난지 오래된것도 아닌데

반가움과 초조함이 섞인 눈빛을 안고 

서둘러 달려와 

그대로 내 가슴에 안긴다. 


몇걸음 멀리서 달려오든 

조금 멀리서 달려오든 

아이들 눈에는 나만 보이는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오직 아이의 눈에만 눈빛이 고정되어

세상 소리조차 그 순간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 기분은 

참 대단하다. 



그렇게 품에 안고 조금 시간이 지나야 

나와 아이들은 모두 안심한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것을. 

늘 내 손 닿을곳에서 함께있는 아이들이지만,

가끔 있는 우리의 열정가득한 조우는 

마음을 가득차게 만들어준다. 





해서, 

큰 마음먹고 남편에게 요청했다.


연애시절 가끔 공항에 마중을 나갈때 

한꺼번에 입국장 문을 열어 들이닥치는 사람들과

무리지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속에서

서로를 찾으려고 분주하던 눈빛.

누가 먼저라 할것 없이 그 눈빛이 마주치면

사람들 사이를 피해 달려갔던 두사람. 

반갑고 그리웠던 말로 표현하기엔 벅찼던 감정을 고스란히 가슴에 안고 

꼭 안아주던 잠시동안의 시간.

우리 그런 시간을 가끔씩 갖자고. 


"응? 머?"


그러니까, 자주도 필요없고 

일년에 한번씩 

저 멀리서 날보고

그 서두르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헐레벌떡,

그러니까 다다다다 ~~~~~~

나만 보고 달려와주면 안될까?


"와서 뭐하게?"


와서 음, 두팔로 번쩍 나를 안아주는건 좀 무리겠지? 

달려와서 뭘 하는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여기서 내가 원하는건, 그 애절하고 그립고 아른아른한 그 

눈빛 이야. 해줘!


말없이 나를 5초간 바라보더니


"어디서?" 


음 ... 글쎄 ... 

대문앞에서 하긴 좀 그렇고,

당신 직장 근처에서 그러기도 좀 그렇고,

공원에 가서 그러기도 좀 그렇고,

뭐 정 안되면 집안에서라도 해줘.

최대거리로 현관문에서 부엌창까지 일직선으로라도 ..

(질문이 많기도 하다)


남편은 큰숨을 한번 내쉬고 매우 건조한 표정으로


"알겠어" 한다.


와우! 

일년에 한번이 될지 십년에 한번이 될지 모르겠지만,

믿음이 약 2%정도가는 표정이었지만

'알았다'고 말해주니 기분이 완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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