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제이 Sep 25. 2020

우리를 닮은 집

"내 집"이 되어간다는 것 

어느 해 였던가, 

남편이 뒷마당 나무를 가지치기 했다길래 나가봤다가

쓸만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서 들어왔다. 


나뭇가지 하나를 소파 뒤편 거실 벽에 걸어두고, 

계절이 변하고 날씨가 바뀔때마다 

이번에는 뭘 걸어둘지 아이들과 함께 얘길했었다.


꽃을 사기 좋아하는 나는, 꽃이 시들면 차마 버리지 못하고 말려두곤 했던터라

어느 초가을에는 말린 꽃다발을 매달았고, 

큰 아이는 산책길에 양손 가득 주어온 단풍잎을 올려두고 싶어했으며,

둘째는 자기 생일에 걸었던 아이스크림 가렌드를 걸자고 했다. 





벚꽃 가지를 가득 얹었다가, 

말린 장미꽃을 얹고, 

조개껍질을 올려뒀다가, 

단풍잎과 솔방울로 채우고,

할로윈 장식으로 바꾸었다가 

폭신폭신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까지 올라가면,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갔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다정하게 한뼘씩 크고, 

나와 남편은 조금 더 괜찮은 엄마아빠가 되어갔다. 


이렇게 모아두니 너무 다 예쁘네.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나뭇가지였지만,

이렇게 색을 입히고 장식을 더해가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언젠가는 잠시 비워뒀던 나뭇가지에 

남편이 안경과 키체인, 에코백과 벙어리장갑을 걸어둬서

모두 함께 까르르 웃었던적이 있는데

그때 3살이었던 둘째가 아직도 그 얘길 가끔하는걸 보면 

제법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이사를 오면서 여기저기 부러진 나뭇가지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없앴다.


우리 거실을 차지하던 가족사진 같던 나뭇가지가 이젠 없어서 아쉽지만,

아직은 좀 어색한 새 집 어딘가에, 

우리 네식구의 시간을, 계절을, 기억을 담아내며 살아가겠지. 


내 집을 "진짜" 내 집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짧지도 간단하지도 않지만,

집 이곳 저곳에 이런 저런 기억과 이야기들을 담아가며 살아가는건 

꽤 멋진 일이다. 




Cover Image by bantersnaps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그 눈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