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새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남편과 나는 종종 이 집에 얼마나 오래살게 될지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사실 이 집은, 결혼 후 9년동안 살았던
“우리의” 첫집 이후의 두번째 집이라,
앞으로도 적어도 어림잡아 그 정도 시간은 보내게 될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제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학령기에 접어드니,
되도록이면 한 곳에서 큰 변화가 없는 환경을 제공하려면,
암만 못해도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는
이 집에 살게될것 같다고 얘기했다.
올 가을 드디어 킨더에 들어가는 만 다섯살 둘째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라니.
상상도 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시간이동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한국을 떠나 이곳에 온 지난 십오년이
한 2초 정도의 시간만 들이면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십오년의 시간도
지금 이렇게 쓰던 글을 마치고 방에서 일어나 거실로 걸어나가면
곧 닿을것 같다.
시인 최승자의 <담배 한대 길이의 시간 속을>을 읽으면,
담배 한대 피우는 길이의 시간속에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말한다.
담배를 한대까지 피워본 적은 없어 모르겠지만,
따뜻하게 데워둔 차 한잔을 정성들여 마시던 시간,
차가운 물을 세차게 틀어 손을 꼼꼼히 닦는 시간,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던 바람을 맞던 시간,
아마 그 시간들 속에서
나의 세월은 훌쩍 십년을 건너왔다
말하게 될것 같다.
<담배 한대 길의 시간 속을>
최승자
담배 한 대 피우며
한 십년이 흘렀다.
그동안 흐른것은
대서양도 아니었고
태평양도 아니었다.
다만 십 년이라는 시간 속을
담배 한대 길이의 시간속을
새 한마리가 폴짝
건너 뛰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미래의 시간들은
은가루처럼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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