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살며 쓰기

"글"을 놓치다

by 와이제이

핸드폰 메모장 어딘가에, 한두 문장으로 혹은 몇개의 단어들로,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뒀던것이 벌써, 메모장 몇 페이지를 훌쩍 넘겼다. 생각이 떠오른 즉시 글로 써내려 갈 형편이 되지 않아, 나중을 기약하며 해 놓은 메모들인데, 막상 시간이 조금 나서 그 메모들을 펼쳐 보면 쉽사리 생각만큼 글이 써내려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몇줄 끄적이다가 다시 저장해두고 몇번 읽어보다가 다시 저장해 둔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니, 이젠 그 단어들을 읽어도 그 몇문장을 읽어도, 그렇고 그런 신문기사를 눈으로 훑어 내리듯 무덤덤해져 버리고 만다. 내 스스로 무심해 지는 건데도, 못내 서운한 마음이 커진다.


꼭 쓰고 싶던 이야기였는데, 꼭 말하고 싶던 감정이었는데, 어느새 그 얘기꺼리들은 '과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현재의 나는 그 '과거'를 바라보며 말을 걸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못한다. 내 힘으로 할수 있는것이 사라진지 오래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메모장을 쉽사리 털어내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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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늘도 생활에서 부딪히는 매 순간순간, 난 무언가 생각하고 그 생각을 놓치지 싫어서 어딘가 남겨두고 싶어할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놓쳐버린 생각은, 잃어버린 사람은, 흘러간 시간은, 그냥 '과거'가 되어버려 메모장 한페이지에 갇혀 있을 거라는걸. 다시는 그 예전의 감성으로 이성으로 그리고 진정성으로 다시 불러올수 없는 것들이라는 걸. 그걸 인정하고 난, '뒤'가 아니라 다시 '앞'으로 걸어야 한다는걸 말이다.



커버이미지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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