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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Oct 09. 2020

오만과 유튜브

어제는 유튜브채널 몇개를 연달아 시청했다. 유튜브가 참 머리좋고 친절한 녀석이라, 내가 어디 있든 불쑥불쑥 나에게 손을 잘 내밀어주고, 손을 꼭 잡아 놓아주질 않아 중간에 보다가 나갈수가 없다. 어디 그뿐 인가. 독심술이 있는지 영상이 끝날때마다 내가 관심있어야할 다른 영상들을 턱앞에 갖다 바치니 헤어나오기 힘든 존재가 맞다. 


유튜브 얘기를 하려는건 아니고. 


요즘 ‘나’의 마음속에 대해서 ‘남’ 혹은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랜덤한 생각들이 이리저리 오가는 중에, 유튜브에 조회수 높은 심리, 상담, 관계, 소통에 관한 영상을 보게된 것이다. 심리센터 소장, 유튜브 셀레브리티, 강사, 교수 ..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강연영상 혹은 채널이 있었고, 다 그저 그렇겠거니 하고 보다보면 놀랄만큼 내실이 꽉 찬 내용들이었다. 10분이 조금 넘는 영상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 주변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들었구나, 다음엔 저렇게 말해야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내 마음속에 담아뒀던 문제들은 점차 선명해졌고, 실행할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시해주니, 어쨋거나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꽤 드라마틱한 변화이다. 남들이 하는 얘길 듣는것, 남들이 하는 조언을 새기는 것, 남들이 던지는 이야기에 끄덕이는것 말이다. 서로 각자의 삶이 너무나 다른데, 저런 일반적인 이야기와 문제해결방법이 과연 어떻게 도움이 되겠냐며 마음속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 


처세술이나 전략서도 그랬다. 그렇게 성공했다면 세상에 성공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냐며 냉소적이었다. 서점에가도 그런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아니 그쪽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해가 안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적도 있던것 같다. 


과연. 그 오만은 어디에서 왔던걸까. 


내 삶이 특별하듯 다른 사람의 삶도 특별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특별한 내 삶은 저렇게 아무에게나 던지는 조언으로 다루어질수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인생은 다 태어나서 죽는거래도, 나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 강연을 듣고, 그런 책을 뒤적이는게 왜 그렇게 불편하고 성에 차지 않았던 걸까. 내 삶과 나를 둘러싼 문제들은 대체 뭐였을까. 


일 이년전 부터였던것 같다. 아, 유튜브도 처세서도 나에게 와서 닿는 부분이 있다는걸 그쯤부터 깨달았다. 마음이 안좋으면 안좋을수록 더 그랬다. 아마 내가 서점에서 딱한 눈으로 바라봤던 사람들도 마음이 안좋았을런지도 모른다. 나이 탓을 하고 싶지 않지만, 나이가 좀 더 들어서 내가 바뀐것 같기도 하다. 모두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자기만의 “인생”이 조금 뒤에서 물러나면 비슷한 모양으로 보인다는걸, 이제 조금 알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처세서 전략서 “팬” 까지는 아니지만, 소설이나 에세이만 편식하지 않기로 했다. 

유튜브가 내미는 손도 가끔 다시 잡아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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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이미지 by Kon Karampela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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