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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원 Aug 18. 2022

자연에 인간을 품다: 멕시코 건축(2)

멕시코 건축에서 나타난 자연 친화성과 색감 다양성

지난 포스팅에선 멕시코 건축이 나무그늘을 활용하자연에 녹아드는 형태 논했다. 이번 포스팅은 멕시코식 건축의 다양한 색채 활용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 색채 활용은 멕시코 건축이 자연을 활용하는 방식이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방식이다. 우측 사진 속 의자 색감을 보라. 핑크, 주황, 연두, 하늘, 보라색. 정말 다채로운 파스텔톤이다. 사실 이는 건축뿐 아니라 멕시코인들의 모든 디자인 감각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인들은 우리보다 비교적 다채로운 색감의 옷을 입는데, 개인적으로 '모나미룩'이 드글대는 우리나라보다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잠시 패션 얘기를 하고 넘어가면,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옷을 잘 입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한 미국인 친구도 내게 같은 의견을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인들의 옷 입는 센스가 '탁월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서로 눈치를 많이 보는 우리 정서 상 패션에도 일종의 규범적 틀이 마련되어 있고, 한국인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성실히 준수할 뿐이다. 실제로 '패션 잘 모르면 자기만의 스타일이라며 깝치 말고 남친룩 껴입어라' 하는 식의 말들을 온라인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당연히 이는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의 아웃핏이 다른 나라보다 패션적으로 뛰어날지언정 내가 이를 고평가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결과 한국의 길거리엔 너도나도 복제한 스타일의 패션이 드글댄다.


이렇듯 획일화된 디자인감각을 지닌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색채의 활용 보수성이다. 우린 그저 보편적이고 무난한 색만을 선호한다. 한국인들은 흔히 중국인들이 빨간색을 지나치게 좋아하며 그것이 패션 테러의 일종이라고 비난하는데, 아무것에나 빨간색을 갖다붙이는 다자인도 문제겠지만 과감한 색이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태도도  못지않은 문제다.  


보수적이고 통일된 색깔만 만연한 문화에서 튀는 색 하나만 따로 뚝 떨어져 있으면 당연히 조화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색이 대응될만한 임팩트의 또다른 색채 어우러졌을 때 우리가 흔히 '너무 튄다'라고 얘기하는 색감의 진가가 드러난다. 초반부의 대학교 캠퍼스 사진에서도 핑크색 의자만 따로 뚝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왜 저렇게 난데없이 안 어울리는 핑크색 의자를 갖다놨어?'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옆에 하늘색과 연두색 등등의 의자가 존재하는 순간 핑크색 의자에 대한 '어그로'는 줄고 그 아름다움만이 남는다. 그리고 색감 각각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낸다.  


이 다채로운 색감 배치는 멕시코의 모든 디자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코코>의 배경이 된 도시 산 미구엘의 마을 색감 활용
몬테레이에 위치한 한 건물
멕시코의 전통 장식 공예, 'Papel picado'


색감을 활용한 이 건축적 특징은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유명한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의 건축물에서 극대화된다. 현대 멕시코 건축이 그에 의해 발전한 것인지 멕시코의 전통이 그에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 선후 관계를 따지는 것은 어렵지만 어쨌든 멕시코 건축의 다채로운 파스텔톤 색감 활용은 루이스 바라간에게도 그대로 드러난다. 일정의 한계로 멕시코 여행 중 그의 주요 건축물들을 눈으로 직접 살펴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

1980년도 프리츠커상 수상자,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 1902~1988)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루이스 바라간 하우스(Casa Louis Barrágan) 색감 활용이 노골적이다.


루이스 바라간 뿐 아니라 멕시코 건축 전반에 나타나는 이같은 전통적 색감 활용법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나는 이것이 꽃 문화로부터 온 것이라 추측한다.


멕시코에서는 꽃이 정말 싸다. 멕시코에는 8차선같은 넓은 도로에서 신호에 걸린 정차한 차들을 상태로 하는 푼돈 상인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 절반은 유리창을 닦아주는 이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꽃을 파는 이들이다. 사본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가격은 송이당 1000원이 채 안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인들이 보통 꽃을 떼 오는 곳은 도시마다 있는 꽃 도매시장이고, 그 도매가는 굉장히 싸다. 꽃 한번 살려면 거금을 지불해야 하는 한국과는 너무 큰 차이였다. 아무래도 온화한 기후가 화훼 산업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자메이카 꽃 시장(Mercado de Jamaica)과 그 상인

그리고 꽃이야말로 채도 높은 색감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의 표본이다. 이러한 색들은 푸른 들판을 상징하는 녹색과 나무를 상징하는 갈색 등을 배경으로 할 때 더욱 빛난다. 따라서 멕시코 건축은 자연적인 배경을 터로 하고, 꽃의 색감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즉 멕시코식 가은 적절한 색감의 꽃들을 직접적으로 정원에 배치하거나, 만약 배치될 수 없는 공간이라면 꽃의 색감들을 차용하여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조성한다.

  


한편 멕시코의 건축이 지나치게 채도높은 색감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며, 지역에 따라서 주로 사용되는 색의 계열이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빛깔이 활용되는 것만큼은 공통적이다. 지역마다 건축적 차이와 동일성을 비교해 보는 것도 멕시코 건축 감상의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채도높은 색감을 적극 활용하는 멕시코의 놀이터
은은한 채도의 색감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게레타로의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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