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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의 맛을 찾아서 (2) 고기요리

식재광주(食在廣州), 오직 먹기만을 고대하고 떠난 광저우 여행

by 제이원

1편에선 대표적 광동요리인 딤섬을 다뤘다. 2편에선 한국에 덜 알려진 광동의 고기요리를 다루겠다.


첫 번째 요리는 광저우에서 가장 유서 깊은 식당, 광주주가(广州酒家)의 돼지 요리다.

DSCF0335.JPG 바삭한 껍질로 찹쌀밥을 감싼 돼지고기 요리

언뜻 보면 북경오리가 연상되는 이 요리의 이름은 '숯불에 구운 바삭한 돼지고기와 밥(炭烧脆皮有米猪)'이다. 돼지는 애저(豬猪)를 사용하며 밥은 찹쌀밥이다.


식감은 북경오리의 바삭함과 비슷하지만, 씹으면 돼지고기의 은은한 향이 올라온다. 중국인들은 고기 요리의 핵심을 살코기보다 바삭한 껍질에 두는 경향이 있다. 이 요리도 애저의 껍질만 살리고 고기를 덜어낸 음식이다.


함께 나온 미니 라임을 곁들이면 숯불 향과 상호 보완을 이뤄 맛이 좋아진다.

DSCF0473.JPG 크리스피삼겹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크리스피 통삼겹의 원조격 되는 요리다. 앞선 요리와 같이 중국인들의 바삭한 껍질 사랑이 두드러진다.


건조 전처리 과정을 거쳐 수분을 제거한 껍질에 기름을 끼얹으면 사진과 같은 예쁜 색깔의 껍질이 완성된다. 바삭한 살코기와의 대조가 입안을 즐겁게 한다.


소스는 북경오리를 먹을 때 나오는 해선장 소스와, 설탕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설탕에 찍어 먹는 게 더 좋다.

DSCF0295.JPG 홍샤오 비둘기

비둘기 요리다. 머리가 함께 딸려 나와 개인에 따라서는 비위가 상할 수도 있다. 나는 야만적인 편이라 이런 걸로는 끄떡없다.


광동의 비둘기 조리법은 3가지가 있다. 그림과 같이 검붉은 육수에 졸이는 방식(홍소·红烧), 맑은 육수에 삶는 방식(백로수·白卤水), 소금에 찌는 방식(염국·盐焗)이다. 소금에 찌는 방식도 흥미롭지만 이날은 다 떨어져 홍소와 백로수 방식만 먹었다.


오리, 거위, 비둘기 등 중국의 가금류 요리도 껍질을 말리는 전처리 작업을 거친다. 주로 천장에 걸어 놓고 바람을 쐬게 한다. 광저우나 홍콩 거리를 걷다 보면 거위나 비둘기 등이 걸려 있는 가게들이 자주 보일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육수에 졸이는 방식으로도 튀김에 준하는 바삭한 껍질이 나온다.


풍미는 치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비둘기다 보니 살이 부족해 뼈 구석구석을 뒤져야 한다. 여러 모로 다른 가금류의 하위호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보다 못 먹고살던 시절 비둘기를 잡아먹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가격도 마리당 7~8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DSCF0648.JPG 상대적으로 고급 가금류인, 거위 요리

광동인들은 거위도 즐겨 먹는다. 거위가 오리의 맛 차이는 지방에서 나온다.


오리보다 거위가 훨씬 기름지다. 그래서 거위를 먹을 땐 술을 곁들이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는 맥주랑 같이 먹었다.

DSCF0456.JPG 배달로 먹으니 영 꽝이었다

거위 요리에 흥미가 많아 배달로도 시켜 먹었는데, 배달로는 비추다. 배달로 오는 중에 거위에서 나오는 기름기가 거위 살과 껍질에 다시 흡수돼 너무 눅눅하고 기름졌다.

DSCF0307.JPG 소시지

아름다운 때깔 좀 보라. 중국 남방 지의 소시지 라창(腊肠)이다.


지금과 같이 냉장 기술이 발전하지 않던 시절에는 보존육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광동을 비롯한 중국 남부 지방은 건조 소시지 기술이 예로부터 유명했다. 예전에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기원전 중국인들이 술안주로 이 라창을 먹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별로 차이나지만, 소금을 비롯한 각종 향신료에 다진 돼지고기를 절여 모양을 뽑은 뒤 줄에 걸어 말린다는 기본 구조는 같다.


이때 고기 형태를 조금 유지하면서 뭉텅뭉텅 다진다면 나중에 씹는 감칠맛이 대폭 향상된다. 물론 상하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오늘날은 기술이 받쳐 주니 이런 것들을 만들기가 더 쉬워졌을 테다.


덕분에 입은 즐겁다. 전반적으로 이탈리아식 살라미와 비슷한데, 개인적으로 여기서 먹은 라창은 유럽의 건조 소시지들보다 더 맛있었다.


DSCF0601.JPG 광동의 차슈는 속살이 핑크빛을 띠는 것이 특징적이다

대표적인 광동의 고기요리, 차슈다.


일상생활에서 일본식 차슈와 중국식 차슈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일본식 차슈는 돼지고기를 간장 육수에 삶은 뒤 토치 등으로 그을린 향을 내는 것이고, 중국식 차슈는 양념에 재운 고기를

화덕이나 오븐에 구워 내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식 차슈에선 이런 핑크빛 속살이 드러난다. 과학적 원리는 나도 모른다. 먹어보면 안 익은 건 전혀 아니다.


다만 이 차슈는 좀 별로였다. 부위 자체가 잘 안 씹히는 연골이 포함돼 있었다. 상당히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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