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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의 맛을 찾아서 (3) 식사류

식재광주(食在廣州), 오직 먹기만을 고대하고 떠난 광저우 여행

by 제이원

이걸로 마지막 화다. 쓰면 쓸수록 광저우에 더 가고 싶은 마음만 생겨서 3편에서 마무리해야겠다.

로 할려다가 보여줄 게 너무 많아서 4화까지 써야겠다.

DSCF0306.JPG 국물 때깔이 찐또다.

이건 광동요리는 아니고, 사천식 훠궈집이었다.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는 현지인 맛집이었다.


국물 색깔을 보면, 상당히 짙은 빨간색인 게 보인다. 한국의 하이디라오 등에서 본 훠궈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것은 충칭식에 가까운 훠궈로, 물보다는 기름이 많아서 끓어오를 때 보글보글이 아닌 부글부글 소리를 낸다.


재료를 잠시 담궈 익혀먹거나 찍어먹는 음식은 적절히 기름기가 있어야 육수 맛이 음식에서도 잘 느껴지는 것 같다. 츠케멘도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기름에 젖어든 고추가 익어가며 매운맛과 함께 고소한 맛을 내뿜어 참으로 맛있었다. 캡사이신으로 점철된 쓰레기 매운맛이 아닌 '맛있게 매운' 게 뭔지 알려주는 맛이었다.

DSCF0308.JPG 넣어 먹는 훠궈 부재료.

2화에서 소개했던 중국 소시지 라창이 보인다. 밑에 있는 거무잡잡한 두부는 다행히도(?) 취두부는 아니었고 검은콩으로 만든 두부 같다.


왼쪽에 있는 마라 소고기는 안 그래도 탕이 매운데 이거까지 먹으려니깐 너무 힘들었다.

DSCF0339.JPG 쏘가리찜.

내가 정말 사랑하는, 광동식 생선찜이다.


생선은 민물고기인 쏘가리다. 이 생선찜이나 카오위 등 중국인들은 민물고기를 즐겨 먹는다. 대륙의 특성상 내륙지방의 비율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생선의 익힘 비중은 살결의 끈적함이 남아있을 정도로 살짝 덜 익힌다. 쪘으니 부드러움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익히 강조했던 적절한 간의 간장소스와, 뜨거운 기름에 순식간에 익은 파채, 미끌오독함이 잘 남아 있는 목이버섯은 음식의 품격을 더한다.


이런 밥도둑이 세상에 또 없다.

DSCF0623.JPG 뽀짜이판.

또 밥도둑이 나왔다. 글 쓰는데 자꾸 배고파진다.


백종원이 가끔 먹어서 유명해진 광동 지방의 뽀짜이판. 우리나라의 돌솥밥처럼, 열기가 보존되는 항아리 채로 식탁에 오르는 솥밥의 일종이다.


간장을 취향껏 뿌려 각종 토핑과 함께 먹으면 된다. 바닥으로 흐른 간장이 눌러붙어 맛있는 누룽지 크러스트를 형성한다.


1, 2화에서 맛있다고 했던 재료들이 다 토핑으로 올라간다. 라창의 감칠맛, 마이란의 청靑함, 그리고 간장에 조려진 바삭한 삼겹살까지.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안남미마저 눌러붙으니 더 맛있게 느껴진다.

DSCF0621.JPG 코코넛국.

그리고 이건 뽀짜이판과 함께 먹은 국물인데, 코코넛을 넣은 닭 육수 국물이다.


말만 들었을 때 맛의 감이 잘 잡히지 않고 알쏭달쏭한 이 음식은, 실제로 먹어봐도 알쏭달쏭하다.


국물 맛도 나는데 코코넛 맛도 난다. 비율은 4대 6 정도. 재밌는 음식 경험이지만 맛있다고 보긴 힘들다.


한편 이 집에서 재밌는 경험을 했다. 중국은 모든 결제를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 휴대전화 결제로 한다. 현지에서 현금을 쓰는 경우는 드물어서, 여행객들도 핸드폰에 중국 앱을 깔고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여행 내내 알리페이 이용을 잘했는데, 이상하게 이 집에서 자꾸 오류가 났다. 근데 정말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서 영어를 할 줄 알던 식당 손님이 우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래도 결제 실패가 계속되자, 주인공은 그냥 쿨하게 자기가 쏜다며 먹으라고 했다.

DSCF0626.JPG 담배피는 주인장 도촬. 가는 길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드렸다. 신녠콰이러!
DSCF0613.JPG 내장 우육탕면.

이건 시내 길거리에서 먹은 내장 우육탕면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내장이 많이 들었다. 가격은 3~4000원 수준으로 저렴했다.


그런데 내장 냄새가 너무 났다... 안 좋은 내장에서는 정말 비위 상하는 맛이 난다. 중국은 특히나 식품위생이나 육류 배송상태 등이 한국보다 뒤떨어질 확률이 높아서 더 그런 듯싶다.

DSCF0614.JPG 마라룽샤.

호텔에서 야식으로 시켜먹은 마라룽샤.


이건 여담인데, 중국 호텔에서는 배달을 시키면 로봇이 배달을 온다(...) 다행히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오지는 않는다. 인간미는 전혀 없는 운반용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접 올라와서, 도착하면 객실에 전화를 걸고 문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나름 귀엽다.

나름 귀엽다.

마라롱샤 얘기로 돌아와서, 가격이 만 얼마 대길래 왜 이렇게 싸지 했는데 배달을 받아보니 이유를 알았다. 조그만 가재에 먹을 게 별로 없다. 그래도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과 맛있는 마라의 향기가 잘 어우러져 술과 곁들이기는 좋았다. 나름대로 까 먹는 재미도 있고.


그나저나 가재를 뜻하는 '룽샤(龍蝦)'가 새우를 나타내는 한자의 합성어라는 게 재밌게 느껴진다. 한문은 재밌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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