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휴대폰 잠금을 하지 않는다

by 세계뚜벅이 이피


“아빠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차 안에서 아버지께서 덜컥하신 말씀.


“친구는 포수였어. 비 오는 날 총 들고 멧돼지를 잡으러 나갔지. 지반이 약해져서 밀려내려 오는 차를 몸으로 막으려다가 변을 당한 거 같다는구나.”


나는 조용히 물었다.

“아... 혹시 가정이 있으신 분이었어요?”


“와이프랑 딸 둘이 있지. 딸이 동창회로 부고를 알려왔길래 조의금을 보냈어. 딸이 아버지의 생전 휴대폰 번호로 감사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구나.”


이윽고 담담히 말씀을 이으신다.

나도 그래서 휴대폰 잠금을 하지 않아. 내 나이면 언제 어디서든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거든.”


아... 목이 메어온다. 나는 아버지께서 개인정보 보호에 관심이 없으신 줄로만 알았다.


“너도 이제 외국으로 나가니 상황판단력이 더 중요해질 거란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몸으로 막으려고 하지 말고 몸을 가장 중시하렴.”


그리고 보면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나이가드신 아버지도,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질 나도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제가 외국 나가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제가 원하는 일을 하다가 생긴 일일 테니까요.’

라고 말하려다가 꾹 참았다. 출국 전날 조용히 눈을 마주치고 말씀드려야지 싶어서.


- 20.10.04 추석 연휴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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