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만에 사계절 경험하기

[남미 파타고니아 여행 #5] 토레스 델 파이네 삼봉 당일치기

by 세계뚜벅이 이피
@토레스 델 파이네, 칠레
190501

토레스 델 파이네 9시간 트레킹 하는 날 비 옴. 수고

라고 쓰고 싶지만 나중에 잊어버릴 테니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기억 기록하기.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는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 단 하루 동안 사계절을 경험할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날이었다.




라스 토레스 호텔(Hotel Las Torres) 앞에서 여유롭게 풀 뜯는 말

라구나 아마르가(Laguna Amarga) 사무실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스 토레스 호텔(Hotel Las Torres)이 삼봉(Las Torres,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에서 가장 높은 세 봉우리) 당일치기 코스의 시작이다. 비가 온다. 사실 파이네 오면서 날씨 체크할 생각을 못했는데 어제 공원 일일투어 하면서 아마르가 사무실에 적힌 날씨판을 보고 다음날 비 온다고 되어있길래 아차 싶었다.

아마르가 사무실에 적혀있던 금주 날씨

날씨 좀 미리 살펴보고 이후 가려고 하는 엘 찰텐(El Chalten)과 순서를 바꿔도 되었는데 미처 생각을 못했던 나 자신을 탓하며. 트레킹 시작!

비가 온다 허탈하다..

옷은 총 7겹(슬립, 카라티, 목티, 바람막이, 패딩, 방수 바람막이, 우비) 입고 핫팩도 붙이고 가서 처음에는 춥지 않았는데 물에 젖은 부분은 나중에 추웠다.

화석이란다

가이드가 가다가 화석이 있다며 빨리 보란다. 흠 신기하네? 오늘 투어는 비수기를 맞아 버스가 끊긴 여행자에게 유용한 나탈레스-공원 이동 편과 등산 가이드가 포함된 13시간짜리 투어다.(9시간 트레킹, 공원까지의 왕복 4시간 차량) 내가 머물렀던 호스텔인 푸마 하우스(Puma House)를 통해 예약했다. 결혼한 지 한 달 된 호주 신혼 부부와 함께 트레킹을 했는데 5주 남미 신혼여행을 단다. (5주 휴가라니. 나 호주 가서 일할까?!)

비가 갑자기 진눈깨비로 변한다
와 눈발이 더 거세진다
트렉킹 지도에 따르면 2시간 거리인데 1시간 반만에 칠레노 산장(Chileno Refugio) 도착
체크아웃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활기차다

5월은 산장이 문 닫는 달인데 4/30에 마지막으로 묵은 사람들이 체크아웃하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산장이 열려있었다. 다행히 화장실도 다녀오고 눈을 피해서 쉴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산장이 문 닫았을 수 있으니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10시 반 경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산장에 따뜻한 식수가 있길래 좀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니 안된단다. 투숙객 아닌 이에게는 한없이 차가운 산장 직원들. 여행 오면서 미처 보온병을 준비 못했던 나는 결국 가이드가 가져온 생강차에 라면을 끓여먹었다. 국물은 맛없음. 면만 겨우 건져먹음

생강맛 라면

한숨 돌리고 나니 가이드가 나와 일행에게 계속 산을 올라갈 건지 물어봤다. 여기까지 왔는데 날씨 때문에 되돌아가기는 너무나 아쉬워서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터덜터덜 계곡을 따라 다시 길을 걷다보니
울창한 나무 숲이 나온다
맑아지는 한 쪽 하늘

눈 맞으며 추적추적 걷다 보니 한쪽 하늘이 맑아진다. 호오옥시 눈 그치고 삼봉도 볼 수 있는 건가?!

삼봉은 끝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숲을 지나 탁 트인 곳에 도착. 삼봉 쪽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눈발은 계속 날린다. 옷이 다 젖었다.

노란색 사각 표지판. 통제구역 표시

'더 이상 가면 안됩니다.'

눈으로 인해 마지막 1시간 구간이 통제되었다. 바위길이라 눈이나 비가 오면 너무 미끄러워서 위험하단다. 아... 여기까지 와서 삼봉을 못 보다니. 칠레인 그룹분들은 통제선을 넘어가던데 가이드 말이 리스크는 본인들이 지는 거지만 위험해서 안된단다. 아쉽지만 여기서 철수.


다시 하산 시작. 삼봉까지 4.5시간인데 마지막 1시간 구간을 걷지 않아 올라오는 데 총 3.5시간이 걸렸다. 이제 다시 3.5시간 내려가면 된다!


하산하는데 해가 떴다! 해가 올라오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이라니.

한 쪽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칠레노 산장 쪽에 가니 말이 대기 중이다. 산장에서 사용하는 물자 운반용이라고 한다. 산장에서 풀보드(full-board, 3끼 제공) 옵션으로 투숙할 경우 1박에 15~18만 원인데 그 이유를 알겠다. 산장은 겨울을 보내고 10월에 다시 오픈한단다.

겨울동안 창문 유리 보호를 위해 철판을 달고 있다
설산과 파아란 호수의 어울림

하늘이 맑아지니 저 멀리 설산과 호수가 보인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공간감. 계속 탄성만 내질렀다.

말길 사람길

아침에 올라오던 길이 색다르게 보인다. 마지막에 날이 갠 덕분에 멋진 파이네 공원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승마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구간은 말로 올라갈 수 있다.

라스 토레스 호텔로 컴백. 이 호텔은 1박에 $380하더라. 나중에 이런 곳도 막 잘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비투숙객은 호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

트레킹을 마치고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다시 가기 전에 잠시 아마르가 사무실에 들렸다. 혹시나 해서 삼봉 쪽을 바라보았으니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져있다. 어제 멀리서나마 삼봉을 보았던 걸로 위안을 삼는다.

아마르가 사무실 앞 투어 밴

그리고 오늘 저녁은 고생한 나를 위해 스테이크!!!

알카사르 호스텔(Hostal Alcazar) 스테이크

5/1이 노동자의 날이다 보니 문 닫은 식당이 많았다. 호스텔 주인분한테 물어 겨우 찾은 스테이크 파는 곳! 아르헨티나에서 먹은 스테이크보다 덜 질겼다. 두께 보소. 이 날 음식 먹은 가격이 23,000원 정도이다. 솔직히 칠레나 아르헨티나 물가가 저렴하진 않다. 파스타 먹어도 저 정도 가격 나왔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고기가 싼 거긴 하지만 식비 자체는 한국보다 많이 든다.


내일은 파이네를 떠나 다시 아르헨티나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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