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얼음세계 속으로

[남미 파타고니아 여행 #8] 빙하크루즈

by 세계뚜벅이 이피
@웁살라 빙하/스페가찌니 빙하/모레노 빙하, 아르헨티나
190504

여행 초반에 본 빙하가 그리워질 것 같아 마지막 날 모레노 빙하 외 다른 파타고니아 빙하를 구경하는 Marpatag Cruise를 탔다. 결론적으로 멋진 선택. 사람 성격이 다르듯이 빙하도 특징이 있는데 하루에 같이 보니 그 특징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방문할 크루즈 루트

첫 번째로 방문한 웁살라 빙하(Upsala Glacier). 거대한 유빙이 특징이다. 엘 칼라파테 빙하 중에서 가장 큰 규모(765 km2)이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두 번째로 큰 빙하. 웁살라는 스웨덴 대학교 이름인데, 첫 번째 발견자가 그란데 빙하(Grande Glacier, 큰 빙하)라고 이름을 지은 걸 웁살라 대학에서 탐사하면서 웁살라라고 재명명하였고 그 이름이 계속 쓰이고 있단다.

멀리서 바라본 웁살라 빙하.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5년 전 산사태가 난 이후로 공원관리공단에서 가까이 접근하는 걸 통제하고 있고, 빙하 위 트레킹도 중단되었다고... 이 지역에서 가장 후퇴 속도가 빠른 빙하이고 호수 깊이가 700m인데 빙하가 600m 높이라 바닥에 닿지 않아서 수면 아래에서 빙하들이 떨어져 나오다 보니 유빙 크기가 크다고 한다.

유빙 크기가 아주 커서 볼 만하다. 모레노 빙하와 다른 느낌

참고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빙하는 비에드마 빙하(Viedma Glacier)로 제 다녀온 엘 찰텐 쪽에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이 빙하 역시 웁살라 빙하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후퇴 중이라 선착장에서 멀어지고 있어 멀리서만 볼 수 있고 불안정해서 2년 전부터 빙하 트렉킹이 중단되었단다. (그런데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찾아보면 최신 보트 및 트레킹 후기가 있는데...? 뭐지..?)


크루즈에는 여러 가이드가 있었는데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유독 한 가이드가 정말 열성적으로 탑승객에게 빙하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덕분에 풍성한 투어가 가능했다.

짠! 산 위에도 빙하가 숨어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스페가찌니 빙하(Spegazzini Glacier). 이탈리아 식물학자 이름을 딴 빙하다.

빙벽의 높이가 달라 매력적인 스페가찌니 빙하

규모는 작지만 높이가 아주 높다. 웁살라 빙하의 높이는 60m, 모레노 빙하는 50-70m 정도인데, 스페가찌니는 무려 80-135m! 확실히 거대한 느낌이 있었다. 오늘 본 빙하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빙하. 원픽!

느껴지는가 이 광활한 웅장함이

빙하 모양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삐죽빼죽한 것이 완전 내 스타일! 눈에서 떠나보내기가 아쉬워서 배에서 끝까지 스페가찌니 빙하를 바라보았다.

스페가찌니 빙하 안녕

크루즈는 이제 Puesto Las Vacas에 정박한다. 짧게 이 곳을 걸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파타고니아를 지배하면서 현지인들이 엘 칼라파테에서 밀려났단다. 그래서 결국 가축을 이끌고 오늘의 빙하 국립공원으로까지 오게 되었다. 다만 이 가축들은 이 지역 동물이 아니다 보니 파타고니아 생태계를 망치는 상황. 일례로 파타고니아에서만 볼 수 있는 사슴이 멸종 위기고.

국가에서는 이 구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이 현지인들을 이주시키고, 소, 말 등 가축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가축 이동 프로젝트는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불발되고 재시도하고 불발되고 있다...

이주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집
아주 간단한 식탁, 책상, 침대 등만 갖춰져있다
식물 칼라파테 Calafate

엘 칼라파테에서 볼 수 있는 가시 식물 칼라파테(Calafate). 모레노 빙하 빅 아이스 투어 때도 봤던 식물이다. 엘 칼라파테(El Calafate) 마을 이름이 이 식물에서 유래했단다. Calafate는 'to be waterproof for the ship'이라는 의미로, 나무배를 만들어 타던 시절 배에 물이 새지 않도록 이 식물로 나무를 엮었단다.


칼라파테의 열매를 먹으면 파타고니아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열매가 1~2월에만 나기 때문에 먹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난 자의로 돌아올거지롱!!)


배에 돌아와서 런치박스를 받았다. 따뜻한 런치 박스에 감동. 음식도 맛있었다.

디저트까지 곁들인 런치박스

세 번째로는 얼마 전에 트레킹 한 모레노 빙하를 방문했다.

모범생 모레노 빙하

확실히 스페가찌니와 비교해볼 때 빙벽 높이가 균일하다. 좀 더 정돈된 모범생 느낌.

모레노 빙하가 유명한 이유는 이 구역에서 유일하게 후퇴하지 않고 있는 빙하여서란다. 조금씩 전진하기도 하고 후퇴하기로 하는데 평균적으로는 일정한 선을 유지한다고. 아주 안정적인 빙하라 트렉킹도 가능한 거라고.

모레노 빙하 앞의 살얼음(?!)

모레노 빙하는 아르헨티나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인데,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보다 크단다. 와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나머지 빙하들은 얼마나 더 큰 거야?!

그림자가 지니 색깔이 또 묘하게 변한다

오늘 크루즈는 나랑 같이 앉은 인도계 미국인 부부 덕에 무척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며 갈 수 있었다. 남편분은 MIT 카네기 맬론 경영대학, 아내분은 미시간 주립대를 나오신 수재..! 1969년~1970년 즈음에 유학 가셔서 박사까지 마친 후 미국에 정착하셨단다. 당시 인도에서는 해외유학 갈 때 돈을 반출할 수 없어서 미국에서 공부할 때 조교(TA) 등을 하며 돈을 벌면서 공부하셨다고. 워낙 다양한 곳을 여행 다니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눴다.

숙소로 오니 노을이 아름답게 진다. 몇 번 봐도 지겹지 않을 이 광경...
라 타블리타(La Tablita)의 파타고니아산 양고기와 토끼고기

파타고니아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라 타블리타(La Tablita)에서 파타고니아산 양고기와 토끼고기. 인도계 미국 부부가 추천하기도 했고 파타고니아산 고기가 궁금해서 방문했는데 나한테는 너무 느끼했다. 결국 반도 못 먹고 일어섰다. 뭐 다만 말벡 와인은 맛있었다.


저녁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멋진 하루였다. 번 여행을 다니다 보니 빙하의 매력에 푹 빠져 남극 여행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인생 살다 보면 남극 갈 일은 한 번 있을 테니 그때까지 빙하야, 안녕! (파타고니아 우수아이아에서 남극 가려면 최소 1,000만 원은 있어야 한단다. 돈 많이 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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