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습의 방향축을 비틀고 싶다
지금 벌어지는 일의 중심에는 '홍'이라는 등장인물이 있다. 대외적으로 홍은 투자자이다. 홍이 투자한 것으로 일련의 모든 과정이 시작되었다. 사적으로 홍은 우리의 선생님이다. 등장인물 2-1번과 2-2번을 맡고 있는 선호와 나는 사업의 밑바닥부터 올라오느라, 빤히 보이는 것을 놓치고 직선으로 갈 길을 빙 둘러 헤매곤 했다. 이런 우리 때문에 홍은 몇 번이나 머리를 싸매야 했다. 헤매는 아이들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제 길을 찾아줬고, 그렇게 사업 경력 20년의 선생님은 타의에 의해 학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홍 선생님 밑에서 문하생이 되어 시작한 사업은 과목마다 선생님을 붙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새로운 멘토로 우리를 이끌었다. 선생님의 업종은 다양하기도 하다. IT, 제조업, HR, 제약, 마케팅 등등. 이 선생님들 역시 멘토를 자처한 적은 없지만, 각자의 필드에서 무르익은 말들은 저절로 선생님 소리가 나오게 만든다. 선생님이 입을 여시면 나는 자연스레 내면의 무릎을 꿇고 있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말들을 곱씹으며 기억한다.
얼마 전 또 다른 스승님의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스승님은 말했다.
“제가 사회 초년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나에게는 못되게 구는 데 일에는 탁월한 상사와 나한테는 적당히 잘해주지만 일은 중간밖에 못 가는 상사. 둘 중에 어느 쪽을 고를래? 질문을 들은 친구들이 답을 찾으려고 한참 고민해요.
그러면 제가 말합니다. 회사에 둘 중 하나라도 있으면 감사할 일이라고요. 현실은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자기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곳이 많다고요. 인생에 누구라도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오늘 만난 IT 회사의 대표님은 몇 달 사이 쌓인 얘기를 듣고는 부처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변에 좋은 선생님이 많이 있으시네요."
갑자기 이 멘토의 풍년은 뭘까. 제대로 된 커리어 조언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건 헤매며 다닌 내 20대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는데, 이제는 입을 여는 모든 사람이 흘려들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스승님은 전문성을 갖추려면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익숙한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고,
그 실행에 대한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을 것."
목표를 설정하고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피드백은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주위가 온통 전문가이고, 그들과 독대의 말을 주고받으며 한 뼘씩 그릇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전문가의 피드백을 숨 쉬듯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살면서 또 만들어질까?
한 명을 만나면 그 한 명이 스승이고, 세 명을 만나면 그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이골이 난 사람이다. 스승의 그림자만큼만 따라가도 무언가 정복할 것 같은 요즘. 매일의 일기는 배운 것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익숙한 나를 깨부수는 일의 연속이다. 자기 복제를 하지 말 것. 배운 것을 밟고 사지로 나를 내몰아 답습의 방향 축을 비틀고 싶다. 어제보다 더 나아질 것. 다른 건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