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잠재적 동업자의 기쁨

Not a competition but a collaboration

by 잎새

아침 열 시 반의 미팅 자리, 맞은편에 앉은 사람 손등에는 '옥수미팅'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글자의 흐릿함을 보아 전날부터 손등에 적어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잊을까 봐 손등에 적어두는 약속에 내가 참가하고 있음이 기뻤다.


맞은편 사람은 이제 막 자기 브랜드를 시작해, 작은 시도를 한 땀 한 땀 엮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작은 도전의 일환으로 만났다. 꽃이 피었다 지고 다시 피듯이, 한 땀 한 땀 시도를 엮어가며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 사람은 내가 이런 일을 해도 되는지, 내 작품이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이름을 내세워도 되는지 자신이 없고 부끄럽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우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볼하우스를 처음 시작하면서 느꼈던 어려움, 부족하다는 느낌과 거기서 오는 자책감, 정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을 나눴다. 이제는 그 감정들이 조금은 소화가 되었기에 나눌 수 있는 이야기였다. 손등에 약속을 적어두는 사람은 설마 당신들도 그런 시작을 했느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셋은 짠 것처럼 목청이 커서 옥수동 그 카페에 앉은 사람들은 아침부터 괴로웠을 게 틀림없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아 준 덕분에 첫 비즈니스 미팅에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술술 펼쳐졌다. 쭈뼛쭈뼛 앞으로 나가는 사람과 그 등을 떠밀고 싶은 우리가 정신없이 말을 이었다.


마지막에 그 사람은 말했다. "저는 경쟁이라는 말이 참 싫어요. 컴피티션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의 가치가 더 크다고 항상 생각해요. 그래서 제 아이들에게도 한국 사회가 특히 학생 시절에 경쟁을 부추기는 현실에 대해 설명해주고, 엄마는 옆에 친구가 일등을 하면 너는 이등을 하는 게 나쁘거나 슬픈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얘기해요. 같이 갔을 때 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선호도 일기에 썼다. '잘하는 모든 곳은 경쟁자가 아니라 동업자로 보인다.'


직장의 테두리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온 나는, 정글 같은 이 곳이 약육강식의 세상인 줄 알았다. 내가 잘 되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던 초보자의 눈에는 강자가 되는 것만이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 같았다.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조금 알겠다. 내가 잘하는 만큼 저 사람이 잘하는 게 중요하고, 저 사람이 잘 됐을 때 내 일처럼 기쁠 수 있다. 왜냐면 우리는 경쟁자가 아닌 동업자이기 때문이다. 콜라보를 제안하고 싶은 멋진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한 것은 신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 하나는 한정된 재화이지만, 내 옆에 다른 머리가 붙을 수 있다면 가능성은 무한히 확장된다. 1명의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세상의 위아래가 뒤바뀌게 된다. 1개의 브랜드와 만나는 것으로 내가 걷는 뿌연 길에서 안개가 걷힌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한 지 5개월 차의 소회는 경쟁자는 아무도 없다는 감상이다. 모두가 스승이고, 모두가 잠재적 동업자이다. 함께 갈 때 거기에 진짜 성공이 있다. Not a competition but a collaboration. 더 많은 가능성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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