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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May 25. 2022

아끼고 아낀 말

만화가 천계영 님이 2002년에 찍힌 사진을 올리며 트위터에 이런 글을 쓰셨다.


‘제가 32살이었는데 그땐 제가 어른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 보니까 그냥 애기네요. 만약 저때로 돌아가 한마디를 해줄 수 있다면 코인 그런 거 말고 이 얘기를 해주겠습니다. "계영아,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과거의 앳된 얼굴에게 던지는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한마디가 가끔 머리에 떠오른다. 지나온 20대를 돌아보면 아득할 정도로 모르는 것이 많아, 문자를 익히지 못한 사람의 삶에 가깝게 여겨진다. 그러니 20년을  살고 지금을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무지가 산재해 있을까. 지금  눈으로 그리는 상상의 범위가 얼마나 좁을까.


올해로 37살이  나는 가능성의 갈피가 무한히 뻗어갈  있다고 믿는다. 내가 무엇이든   있고, 무엇이든   있다고 생각한다. 27 때의 나는 두바이에 있었고, 공항에서의 쳇바퀴 생활에 지쳐 차마 나를 믿지 못했다. 17 때는 몸이 절절 아파 하루 학교에 가면 3일을 끙끙 앓았다. 휴학과 자퇴를 거치며 고등학생도 20대도 되지 못한  인생이 끝날  알았다. 30대의 후반이 되어서야 나를 완전히 믿기 시작했고, 내가 믿어준 만큼 시도의 범위가 확장될  있다고 다시 믿는다. 57살의 나는 지금을 어떻게 회상할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을지 생각하면 조금 가슴이 뛴다. 아끼고 아껴둔  마디를 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가고 싶다. 잎새야,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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