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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되는 방법

엄마, 하고 3번 부르세요

by 잎새

청하 2병을 순식간에 비워가는 엄마 앞에서 나도 맥주를 따랐다. 500미리 한 캔을 따 봤자 한 잔 마시고 버리겠지만, 엄마가 앞에 있는데 이 정도 사치쯤이야. 술을 못 하는 사람도 낮술은 좋다. 엄마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큰히 취한 엄마한테 "눈썹 정리해 줄까?" 물으니 아이고 좋다 하며 화색이 돈다. 내 무릎을 베고 눕혀 눈썹을 뽑아주고 얼굴에 난 잡티를 살펴주니 그새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무릎을 조심스레 빼고 베개를 넣어준다. 따뜻한 바닥에서 엄마가 잔다. 나는 옆에 앉아 핸드폰을 보다가 한 시간쯤 지나 엄마 옆에 같이 누웠다. 품에 얼굴을 묻고 꼬옥 안으니 엄마가 내 등을 슥슥 쓸어준다. 어쩌다 이런 게 내 뱃속에서 나왔을꼬. 자식으로서의 내가 신기할 때 나오는 엄마의 단골 멘트다. 저 말은 엄마가 나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엄마가 행복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도 기분이 좋다. 엄마는 야무지게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이며 선호가 사위 같지 않다는 말을 뒤죽박죽 이어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했다.


"세상 모든 게 다 내 것이지만은 그냥 무심하게 두면 그게 내 것이 못 돼. 닦고 쓸고 보살펴야 내 것이 되지. 사람이 곁에 있던 게 떠나가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귀중한 줄 알고 대해야 돼."


그 말을 듣자마자 잊지 않기 위해 속으로 여러 번 반복했다. 닦고 쓸고 보살펴야 내 것이 된다고 했다. 세상 모든 게 사실 내 것이라고 했다. 귀중한 줄 알고 대하면 내 것이 된다 했다. 엄마가 등을 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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