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찹쌀, 다른 자리의 단맛
“태국은 밥에 단맛을 올리고,
한국은 떡에 짠맛을 더한다.”
같은 찹쌀인데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먹는 나라들.
달콤한 코코넛 밥에 망고를 올리는 태국의 디저트.
그리고 짭짤한 소금 간이 기본인 한국의 떡.
언제부터, 누가 단맛의 자리를 정해둔 걸까?
태국의 망고스티키라이스(카오니아우 마무앙)는
찹쌀에 코코넛밀크를 부어 달게 지은 밥에 망고를 얹은 음식이다.
한국인 입장에선 ‘밥인데 달다’는 것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이 조합이 당연하다.
밥이 달아도 괜찮고, 눅진하고 무거운 식감조차 풍요롭게 여긴다.
처음 이 음식을 먹은 건 호텔방 침대 위였다.
태국 마트에서 포장된 걸 사 와 조용히 열어봤는데,
향긋한 망고와 달콤한 코코넛 향이 퍼지자 입보다 코가 먼저 반응했다.
입에 넣기 전까지는 그저 달콤한 디저트라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입안에 퍼지는 건 ‘달고 눅진한 밥’의 감각이었다.
쌀이 이런 식감을 낼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밥인데 이렇게까지 달아도 되나?’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한국식 떡의 짭짤함을 기준 삼아 판단하고 있었던 거다.
한국의 떡은 다르다.
찹쌀로 만든 절편, 시루떡, 백설기,
그 어떤 떡도 기본 간이 짭짤하다.
단팥을 넣더라도,
약간의 짠맛이 밑바탕처럼 깔려야 제대로 된 맛이라 여긴다.
단맛을 돋우는 건 종종, 짠맛의 엣지다.
비슷한 예로 ‘약밥’이 있다.
간장과 참기름, 계피가루로 양념한 찹쌀에
대추, 잣, 밤을 넣고 달콤하게 찌는 음식.
겉으로 보기엔 디저트 같지만,
그 구조는 명백히 단짠이다.
단맛이 분명히 느껴지지만,
우리는 약밥을 디저트라 부르지 않는다.
그건 ‘밥을 달게 조리한 특별식’이지,
‘식후 디저트’와는 좀 다르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태국은 ‘밥’이 달아도 디저트가 되고,
한국은 ‘떡’이 너무 달면 거부감이 생긴다는 점이다.
같은 찹쌀이지만,
어떤 문화는 그것을 디저트로,
어떤 문화는 그것을 간식 또는 주식의 연장으로 본다.
우리는 ‘떡’을 디저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게 명백한 디저트일 수 있다.
그 기준은 감각이 아니라 문화가 만든 것.
감각은 혀로 느끼지만,
기억은 감각의 위치를 정해버린다.
단맛은 어느 위치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고 느끼는가?
아침 식사로, 간식으로, 혹은 식후 디저트로?
입 안의 감각은 때때로 혀가 아니라, 기억이 정한다.
그래서 단맛이 익숙한 자리에 오면 편안하고,
낯선 위치에 있으면 당황스럽다.
그 당황스러움을 해소하는 건 맛이 아니라, 설명이다.
처음 망고스티키라이스를 먹었을 때,
나는 그게 밥인지 디저트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몇 번 먹고 나니, 입보다 기억이 먼저 허락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게 ‘달아서 이상한 밥’인지,
‘밥 같아서 이상한 디저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호텔 침대 위에서 조용히 망고와 찹쌀을 함께 떠먹고 있던 나는
그 이상함에 익숙해졌다는 걸 느꼈다.
그 순간이 이상했다.
단맛에 놀란 게 아니라,
내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단맛은 언제부터, 어디까지 허락받을 수 있게 된 걸까?"
입에서 시작된 감각은,
때로 기억과 구조로 이어집니다.
‘씹다가 멈칫’은 감각의 흐름을 기록합니다.
이 시리즈는 1편부터 읽을수록 더 맛있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