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그 맛이 아니야

감자처럼 보이면 감자여야 한다는 착각

by 한이람



돼지고기감자조림이었고,
나는 분명 감자를 집었다.


바로 옆에는 고기가 있었고, 국물은 짭조름한 간장 베이스였고,
두께나 결, 색까지 딱 감자였다.
그래서 별 의심 없이 한입에 넣었다.


이 중엔 감자인 척 하는 생강이 있다.


…그런데, 생강이었다.
달큰해야 할 자리에 알싸한 매운 향이 훅 들어왔다.
속이 따뜻해지긴커녕, 머릿속이 살짝 멍해졌다.


감자가 생강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
내가 생강을 감자로 오해했던 거다.
맛이 틀린 게 아니라, 내 예상이 어긋났을 뿐인데,
그 순간엔 감각 자체가 배신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대체식품을 처음 먹었을 때도 비슷했다.
겉은 바삭했고, 모양도 익숙했다.
비건 치킨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한입 먹기 전까진 몰랐을 거다.


근데 한입 넣자마자, 뭔가 살짝 어긋났다.
기름 향이 다르고, 단백질 결이 미묘하게 다르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꽤 괜찮았다.

근데… 내가 아는 맛이 아닌 걸 알아버린 순간,
그 괜찮음이 갑자기, 괜찮지 않게 느껴졌다.


모양과 맛은 원래 별개의 감각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양’을 보면
그 음식의 ‘맛’까지 미리 떠올리는 버릇이 있다.


마요네즈처럼 생긴 건 마요네즈 맛이 나야 하고,
치즈처럼 보이면 그만큼 고소해야 하며,
감자처럼 생긴 건 절대로 생강이어선 안 된다.


입이 아니라, 눈이 먼저 맛을 정해놓고 있었던 거다.


저당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비슷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건

과거에 익숙해진 ‘기억 속의 아이스크림 맛’이다.


tube.jpg 말 안 해도, 다들 그 맛 기대하고 있으시죠?


그러니까 완전히 같은 맛이 아니어도,

그것과 유사하다고 느껴지기만 하면

우리는 만족한다.

그 기준에서 ‘맛있다’고 느낀다.


비건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고기와 조금 다르더라도,

‘대체육이니까’라는 전제는

감각의 오차를 허용하게 만든다.

감각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비교와 예상 사이 허용 범위 안에서 판단된다는 걸

종종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대체식품은

익숙한 기억을 흉내낸 감각으로

우리를 ‘안심’시키려 한다.

그 안심이 틈을 만들기도 하고,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입이 멈칫할 때가 있다.

감각은 비교의 결과이며,

때로 기억과의 오차에서 어긋난다.


비건 고기는 고기처럼 보이지만,
내가 아는 고기의 맛은 아니다.
두부 디저트는 치즈케이크 모양이지만,
그 ‘꾸덕함’이 주는 만족감은 조금 빠져 있다.


그건 ‘맛이 없다’가 아니다.
내가 예상했던 감각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어긋남은,

꽤 자주 나를 멈칫하게 만든다.




가끔 생각한다.
모양은 그대로인데, 맛이 다르면
그건 ‘낯선 음식’인가,
‘익숙함이 실종된 감각’인가.


그러니까 결국,
감자가 생강처럼 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
내 눈이 생강을 감자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




입에서 시작된 감각은,
때로 기억과 구조로 이어집니다.
‘씹다가 멈칫’은 감각의 흐름을 기록합니다.


이 시리즈는 1편부터 읽을수록 더 맛있어져요.

프롤로그부터 맛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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